스탠포드대 연구소 팬데믹 이후 변화 논문 ‘길 걸을 때 주변 살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거주하는 한인의 41%가 과거와 비교해 물리적 공격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인 등 아시안들이 느끼는 신체적 위협을 구체적으로 조사한 첫 사례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아시안 건강연구교육센터(CARE)의 브라이언트 린 박사는 아시안 보건저널(Journal of Asian Health)에 게재한 논문을 인용해 “한인 응답자의 41%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아시안 정서로 인해 물리적으로 공격 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이는 베트남계(58%), 중국계(51%)에 다음 가는 순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LA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이상은(54)씨는 “요즘에는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낮에도 길을 걸어 다닐 때 신경이 곤두서 있고, 주변을 살피기 바쁘다”고 토로했다.
해당 논문은 2020년 1,8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근거해 출신 국가별로 반아시안 정서에 따른 물리적 공격 위협에 대해 응답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응답자 가운데 한인은 83명으로 총 응답자의 6%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한인은 대조군인 백인에 비해 물리적 공격을 당할 위협을 4.4배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국계와 같은 수치이며, 베트남계가 5.4배로 가장 높았다. 또한 연구는 한국, 베트남계 등이 중국인과 비슷한 외모 때문에 반중정서로 인한 공격당할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린 박사는 “반아시안 정서에 대한 기존 설문조사는 적은 숫자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아시아계를 모두 뭉뚱그려져서 하나로 조사했다”며 “반면 이번 조사는 아시안계 주민들을 출신국가별로 나눠 세분화해 조사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형성된 반아시안 정서로 인해 물리적으로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연구는 코로나19 기간의 반중정서가 중국계 이민자 뿐만 아니라 한인 등 동아시아 이민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민자의 출신 국가별로 세분화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UC샌프란시스코 CARE의 반 타 박 박사는 “국립보건연구윈(NIH) 지원한 연구들 가운데 아시아태평양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1% 미만”이라며 “CARE는 현재 한인 등 10만명 이상의 응답자를 모아 아시아계 보건의료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