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비중 6%로 2년새 3배로 급증
세계 전기차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증했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 등의 문제로 제때 대처하지 못해 전기차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진단했다.
리서치업체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기차는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6%가량을 차지하지만 이 비중은 지난 2년 사이 3배로 증가했다. 7월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6대 중 5대는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이었다고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는 전했다.
연방·주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이 이 같은 전기차 수요 증대에 도움이 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최근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에 대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2032년까지 연장했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오프로드 모델 등을 선보이며 구매자들에게 더 큰 반응을 얻고,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제고된 점도 일조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전기차 시장을 조기에 확보하고 업계 선두주자인 테슬라와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테슬라의 기업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해 도요타, 폭스바겐(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을 다 합친 것보다 2배 이상으로 커진 영향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또한 더 엄격해진 배기가스 배출 기준과 친환경 문제에 민감한 투자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이런 수요를 따라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기아 미국 판매법인은 전기차 EV6의 주문 잔고가 3∼6개월에 달한다고 밝혔다.
WSJ은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데 주저한 부분도 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 부족 등으로 생산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M은 새 전기차 모델의 생산이 배터리 공급으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루시드 역시 부품 부족으로 신차 출시에 애를 먹었다. 리비안은 이로 인해 올해 초 연간 생산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루시드도 8월에 연간 생산 목표치를 절반으로 낮췄다.
장기적으로 배터리가 가장 큰 해결과제가 될 것이라고 WSJ은 업계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지적했다. 이미 지난 1년 사이 GM, 포드, 도요타 등이 미국에서 신규 배터리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게다가 니켈, 리튬 등 배터리 소재의 가격이 치솟자 일부 완성차 업체는 광산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광물 공급망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완성차 업계로서는 중요한 변화라고 WSJ은 지적했다.
전기차 확산의 주요 걸림돌로는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소 부족 등이 꼽혔다. 전기차가 안 그래도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싼 데다가 원자재와 배터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에서 전기차의 평균 실구매가는 6만6,000달러로 1년 전보다 28% 치솟았다. 이와 달리 비 전기차의 평균 실구매가는 4만5,000달러로 같은 기간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