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팬데믹 이후 첫 감소세 기록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 가속화에 금융권 예금 유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인 은행들의 경우 아직 여유가 있지만 추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가 몰아칠 경우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14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미국 은행에 예치된 예금 액수는 총 19조5,6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말(19조9,320억 달러)보다 1.9%(3,690억 달러) 감소한 것이다. 금융권 예금 액수가 직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8년 2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은행 예금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분석된다. 13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3%의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물가 상승이 심각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은행 예금을 깨서 소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 기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급됐던 정부 지원금이 종료된 것도 저축 여력을 떨어뜨린데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중앙은행 연준의 대응도 예금 감소를 불러오고 있다. 연준은 긴축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 시장에서 채권 금리 인상을 야기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돈을 넣어 놓아도 수익성이 낮은 예금 대비 이자율이 올라가고 있는 국채로 시장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채 인기가 예금 해지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인 은행들의 경우 아직 예금 유출 여파에 빗겨나있다. FDIC에 따르면 상반기 남가주 6개 한인 은행(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뱅크, 오픈뱅크, CBB뱅크, US메트로 은행)의 예금 총액은 272억3,451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263억6,561만 달러 대비 5.8% 증가한 것이다. 자금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한인 고객 특성상 예금 선호도가 높은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한인은행들 사이에서도 예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장 연준은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유력시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초강수로 1% 포인트의 금리 인상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는데 이 경우 한인은행에서도 예금을 빼서 생활비로 쓰거나 다른 투자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머니 무브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아직 걱정할 수준의 자금 이동성은 없다”면서도 “앞으로도 예금 유출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