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심리치료 표방…입소하면 돌변해 강제노동에 학대
피해 청소년 퇴소 후 경찰 신고해도 수년째 '묵묵부답'
미국에서 비행 청소년을 선도해준다는 합숙 농장에서 되레 노동착취와 학대가 오랜기간 자행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7일 NBC 뉴스에 따르면 문제의 농장은 와이오밍주 외곽에 있는 '트리니티 틴 솔루션스'(Trinity Teen Solutions)와 '트라이앵글 크로스 랜치'(Triangle Cross Ranch) 두 곳으로, 기독교 청소년 선도 시설을 표방하고 있다.
이 농장은 자녀의 음주나 폭력 성향, 퇴학 등으로 속앓이하는 부모에게 월 6천달러를 받고 재활과 심리 치료를 돕는 합숙 시설이라고 홍보했다.
소년과 소녀를 나눠 두 곳으로 운영되던 농장은 일단 청소년이 입소하면 본색을 드러냈다.
이들 청소년에게 갖은 노동 착취와 학대를 일삼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특히 부모를 포함한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차단했고, 밖으로 내보내는 편지는 검열했다.
2011년 고등학생 시절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 이 농장에 입소했다는 한 여성은 "당시 부모님은 나를 훌륭한 기독교 시설에 보낸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부모님을 등쳐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농장에 갇힌 채 청소년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쇠 파이프 등 건축자재를 나르고 가축 사체를 치우거나 울타리를 만들고 볏짚을 나르는 등의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성인 남성에게도 힘겨운 농장 일을 하느라 몸이 성한 날이 없었다.
2007∼2020년 입소했던 22명의 여성은 이들 시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당시 노동착취를 당해 손발이 베이고 동상에 걸리기도 했으며, 일부는 인대 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 시절 트라우마로 심리적 고통에 시달린다고도 이들은 주장했다.
막노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하는 원생에게는 교육을 빙자한 학대를 일삼았다.
'일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소녀 세 명을 며칠 동안 목줄로 염소에 묶어두는가 하면, 한 소년에게는 십자가 모형에 팔을 걸어놓기도 했다고 당시 입소자들은 진술했다.
이들 농장은 험악한 산지에 있는 데다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서도 48㎞ 떨어져 있어서 탈출이나 도주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청소년은 시설에서 나오자마자 할 수 있는 모든 경로로 진실을 알리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한다.
최소 15년 전부터 이들 피해자는 와이오밍 주정부와 경찰에 신고하고 SNS에 폭로 영상을 올렸으며, 최근에는 농장을 상대로 연방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뿐이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실제로 2019년에만 관할 경찰에 접수된 학대 신고는 10건 이상이었지만 검찰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전하고 있다.
신고를 접수한 여성 7명은 2년 동안 검찰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NBC에 말했다.
문제의 농장을 운영하는 일가족은 이런 혐의를 부인했으며, 청소년들이 자존감을 키우려는 방편으로 '허드렛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비행 청소년 교정을 목적으로 한 기숙학교, 캠프, 농장 등에 연간 5만여명이 입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