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은퇴계획은 안전하십니까?
기획시리즈/ 인플레 속 한인들 은퇴준비 실태·대책은
이민의 땅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 성취를 위해 땀흘려 일해온 한인 1세들의 상당수가 이제 은퇴 시기에 접어든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휘청거린 미국 경제 상황과 글로벌 위기 속에 주식시장에서 대기업 중심의 다우지수는 13% 이상,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5% 이상 떨어지는 등 은퇴자금 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팬데믹 기간 막대한 규모의 부양자금이 풀리면서 물가가 날로 치솟는 인플레까지 겹쳐 은퇴예정자들이 평생 준비해온 은퇴 계획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증시가 급락하고 물가와 의료비는 치솟는 등 극심한 인플레 상황 속에 한인 은퇴예정자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 은퇴계획 수립과 조정을 어떤 식으로 해야할 지를 4회 시리즈로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올해 10월이면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한인 제이슨 장(66)씨는 연금 수령 시점을 70세로 연기하기로 했다. 1956년생으로 만기 은퇴연령(full retirement age)을 눈 앞에 둔 장씨가 받게 되는 소셜 연금은 월 2,000달러이지만, 늦게 수령할수록 70세까지 매년 8%씩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장씨는 “원래는 소셜연금을 받는 시점에 401(k) 등 은퇴저축을 합쳐 여유롭게 은퇴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주식시장이 급락한 탓에 401(K)에 쌓아 놓은 돈이 크게 줄었다. 몇년간 은퇴를 미루고 소셜 연금 수령도 최대한 연기해 부족한 은퇴자금을 메꾸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8월 62세가 된 김성훈씨는 소셜 연금을 앞당겨 받기 시작했다. 만기 은퇴연령인 67세에 1,800달러를 받을 수 있음에도 70%선에 불과한 금액을 조기 수령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만큼 사정이 다급해서다.
김씨는 “연초에 직장에서 정리해고됐는데 아직 새 일을 찾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며 “일찍 소셜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금액이 30% 정도 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 생활비가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은퇴를 앞둔 한인들이 소셜 시큐리티 연금 수령 시점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고물가에 증시 폭락 등 불안한 경제상황까지 겹쳐 한인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올해 만기 은퇴연령에 이른 1956년생 한인들은 만 66세4개월이면 소셜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만기 은퇴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다른데 1959년생은 66세10개월, 1960년생 이후부터는 67세다.
소셜연금 수혜 대상이 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소셜 시큐리티 세금(직장인 6.2%, 자영업자 12.4%)을 내야 하며 최장 35년간 세금보고 금액을 고려해 만기 은퇴연령시 수령액이 결정된다. 평생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수혜 자격을 갖춘 배우자 소셜연금의 50%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소셜연금을 받고 있는 미국인들의 개인 평균 수령액은 월 1,653달러, 부부 합산 평균은 2,753달러 선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인들의 경우 수령액이 미국 평균에 훨씬 못미친다는 게 한인 CPA 업계의 전언이다.
올해 최고로 받을 수 있는 소셜연금은 월 3,345달러다. 소셜연금 상한선이 있는 이유는 소셜시큐리티 세금이 부과되는 소득 한도액이 14만7,000달러이기 때문이다. 만약 62세에 조기 수령했다면 이 금액은 70%선인 2,364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70세까지 연기할 경우 매년 8%씩 늘어나 4,194달러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요즘처럼 은퇴자금 준비가 더욱 어려워진 시기에 소셜 연금은 언제부터 받는 게 유리할까? 70세부터 소셜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연금 총액이 62세에 조기 수령하는 사람들에 비해 더 많아지는 시점은 81~83세 구간이다. 내년에 소셜연금 수령 대상이 되는 필립 한(65)씨는 “가능하면 수령을 연기할까 생각했지만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정상적인 만기 은퇴연령에 소셜연금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셜연금을 신청시 고려사항 중 하나는 연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2022년 현재 소셜 연금과 기타 소득을 합쳐 개인 2만5,000달러, 부부 3만4,000달러 미만인 경우 소셜연금의 50% 액수까지가 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다. 이보다 높다면 연금 수령액의 85%까지가 소득세 부과 대상이다.
은퇴 후 지난해부터 소셜연금을 받고 있는 67세 정성호·미연(67)씨 부부는 “이런저런 소득이 합산돼 수령액의 80%에 대해 소득세를 내야 했다”면서 “세금 문제를 알았다면 수령 시점을 조금 늦췄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소셜연금이 은퇴후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웨스턴&서든 라이프의 제인 권 매니저는 “애당초 소셜연금 시스템은 은퇴 후 필요한 소득의 30~40% 정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소셜연금 수령 시점 뿐만 아니라 은퇴 시점이나 갖고 있는 자산을 재조정하는 종합적인 은퇴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