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 특파원 리포트
파월“가계·기업에 고통될 것”
월가“기업실적 하락 대비해야”
“GDI 상승세”낙관적 주장도
미국에서 한동안 잦아들었던 경기침체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가계와 기업에 (경기 위축이라는)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하자 시장이 ‘고통’의 폭과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회장을 지냈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상당한 경제 후퇴가 불가피하다며 “침체를 피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실업률은 5~6%까지 오르고 국내총생산(GDP)은 1.5~2%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7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5%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이며 2분기 GDP 성장률은 -0.6%로 집계됐다.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의 실적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미국주식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은 마진과 수요를 추가로 갉아먹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연준보다 내년의 실적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현재 미국 경제는 침체와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분기 미국 국내총소득(GDI)이 전 분기 대비 1.4% 올라 여전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GDP는 올 들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지만 소득수준은 오히려 나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 여부를 공식 선언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출신의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금을 침체로 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강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든 연준 내에서조차 경기 침체의 규모를 정교하게 예측하기가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단지 고용 시장이 튼튼해져서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인상되는 그런 전통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공급망과 우크라이나 전쟁, 또 확장 재정과 통화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금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급 요인 등이 있는 만큼 긴축의 기간이나 이에 따른 고통의 크기를 연준조차 가늠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카시카리 총재는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는 중앙은행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뉴욕=김흥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