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없는 한국 자동차 특정 모델만 노려
현대자동차와 기아 브랜드 모델만을 노리는 절도 사건이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특히 일부 10대 청소년들이 차량을 훔치는 것을 소셜미디어로 올리는 빗나간 놀이문화로 퍼지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7일 현지 경찰기관들에 따르면 일리노이와 워싱턴, 오리건, 코네티컷, 미시간, 위스콘신, 루이지애나,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국 전 지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에 대한 도난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셰리프국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보름까지 한 달 반 동안 642건의 현대차,기아 차량 도난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도난 신고(74건)와 비교하면 9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쿡 카운티 셰리프국은 성명을 통해 “극도로 우려스러운 절도 트렌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 브랜드를 노리는 자동차 범죄가 늘어난 것은 인터넷에서 번지고 있는 불법 차량 탈취 놀이 문화 때문이다. 시애틀 경찰은 지난달 2014∼2021년형 기아 차량 36대가 도난 사실을 전하며 이번 사건이 ‘기아 보이즈’라는 해시태그 아래 절도 방법을 알려주며 범죄를 부추기고 실제 훔친 차량을 자랑하는 ‘틱톡 챌린지’ 범죄 놀이와 관련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범죄 놀이는 현대차·기아 차량 중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만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이들은 자동차 키홀 주변의 플라스틱 커버를 뜯어낸 뒤 충전용 USB와 드라이버를 사용해 시동을 걸고 차량을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절도범들이 이모빌라이저 기능이 없는 현대차와 기아의 2021년 11월 이전 차종만을 골라 훔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절도 사고가 이어지자 현대차·기아 차주들의 집단소송도 잇따르고 있는데, 차주들은 현대차·기아의 설계 결함으로 차량이 도난당했다며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주리, 캔자스 법원 등에 잇따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와 기아 미국판매법인(HMA·LA)은 당국과 협력해 차주들에게 핸들 잠금장치를 지원하고 도난을 방지하는 보안 키트를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면 리콜과는 관계 없이 필요로 하는 운전자들이 지점을 방문해 구입·설치하는 방식이어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피해 규모가 더 심각해지면 미국 당국이 나서서 관련 문제를 조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