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불확실 금리인상 여파 ‘조심 모드’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황세를 누리던 남가주 부동산 시장이 급속 냉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시장에 나오는 주택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상가와 공장, 창고 등 커머셜 부동산들을 찾는 바이어들의 발길도 최근 거의 뚝 끊기다시피 한 상태라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같은 상황은 주택 소유주들이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모기지 금리의 변동성이라는 격랑을 피해 주택 가격 하락기를 피해 대거 관망 자세로 돌아서고 있고, 또 기준금리 인상에 맞물려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자 부담을 느낀 주택 및 커머셜 부동산 바이어들도 급속히 조심 모드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6일 LA타임스(LAT)는 LA 지역을 포함해 남가주 주택 시장이 주택 구매 수요가 이탈하면서 거래량과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등 둔화세를 보이자 주택 소유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레드핀’에 따르면 LA 카운티의 경우 지난 7일 이전 한달 동안 주택 매물 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 줄어들었다. 신규 매물만 놓고 보면 30%나 급락했다. 오렌지카운티도 주택 매물 수는 전년과 비슷했지만 신규 매물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중순만 하더라도 LA 카운티의 신규 매물은 전년에 비해 0.7%의 소폭 하락에 그쳤지만 불과 2개월 만에 신규 매물이 급락하는 반전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모기지 금리 급등까지 더해지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대거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주택시장이 둔화된 것이 매물 급감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택 소유주들 입장에서 보면 구매 수요자 사이에 격렬하게 벌어졌던 ‘비딩(bidding)’ 경쟁도 크게 줄어들어 비딩 경쟁이 없는 매물도 나타나면서 리스팅 가격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주택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내놓았던 매물을 렌트로 돌려 급상승한 렌트 수요에 대응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커머셜 부동산들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모양새다. LA 다운타운 지역의 경우 공장이나 창고 건물들을 사겠다는 바이어들의 오퍼가 올초까지만 해도 몰려들었는데,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최근 이같은 바이어들의 오퍼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LAT에 따르면 주택 소유주들이 관망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주택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과 모기지 금리의 하락,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촉발된 경제 불확실성의 해소다. 하지만 남가주 주택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상승률은 예전만 못하겠지만 내년까지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한자리수의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으로 나뉘고 있다.
한 부동산 업체 대표는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인 데다 주택시장 경기도 예전만 못하다 보니 집주인들은 굳이 지금 집을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매물을 내놓기 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파이오니아 부동산의 스티븐 김 대표는 “전환기에 들어선 주택 시장에서 셀러와 바이어 모두 위축되어 있는 상태”라며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주택 시장의 방향도 결정되겠지만 과거와 같은 ‘판매자 우위 시장’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