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재료가격 1년전 비해 두 자리수 급상승세
계란 38%·밀가루 23%·버터 22% 등 모두 올라
LA 한인타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들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이유는 마켓에서 장을 보아 집밥을 만들어 먹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오르다보니, 식당에서 사먹는 것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고 매식이 편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식재료를 살 때마다 가격이 너무 올라 있어 솔직히 부담된다”며 “장 보는 것보다 차라리 식당에 편리하게 먹거나, 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간편식을 사서 먹는 게 더 싼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집밥 대신 식당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15일 월스트릿저널(WSJ)이 보도했다. 식당의 음식값 인상폭과 식료품 인상폭의 차이가 1970년대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지자 이제 집에서 해 먹는 것이 식당에 가서 사 먹는 것보다 더 싸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주류사회의 요식업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사 먹는 게 더 싸다’며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치며 소비 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각종 식재료로 가격 인상률은 전년 대비 13.1%인데 비해 식당의 음식값 인상률은 7.6%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는 197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의 가격 인상률 차이다.
소위 ‘집밥’의 재료들인 식료품 가격은 두 자리수의 급상승세를 보였다. 계란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38%나 급등했고 밀가루는 23%, 버터 22%, 커피도 20%나 올랐다. 고기와 생선류는 10.9% 상승했고 우유를 포함한 낙농유제품은 15%, 과일과 채소 역시 9% 인상됐다. 지난 3월부터 식료품 가격은 10% 이상씩 상승해 왔는데 이는 1981년 이후 41년 만의 가장 큰 폭이다.
식당의 음식 가격도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건비 상승이 주를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식료품 인상에 비해 인상 폭이 적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식당체인업계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집중 홍보하며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파고 들면서 영토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고 추적업체인 ‘아이스팟’(iSpot)에 따르면 버거킹, 타코벨 등 대형 식당체인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할인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광고를 늘려 전체 광고에서 5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1월에서 4월까지 광고 중 46%를 차지했던 것에서 늘어난 수치다.
일례로 버거킹은 5달러짜리 풀세트 메뉴를 집중적으로 광고하고 있으며 타코벨도 1달러짜리 메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밀키트 제조업체들도 식료품 가격 급등을 시장 확대의 기회로 여기고 경제적인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인 박모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육아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접 해먹는 것보다 외식이나 간편식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싼 식재료에 나의 시간까지 투자해 한끼를 해먹는 것보다는 오히려 외식이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