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 시승기
디자인 강인하고 단단… 남성적 느낌 물씬
넓은 실내에 안정적인 주행감·정숙성 뛰어나
기본 트림도 첨단사양… 동급모델 가격경쟁력
한국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가 4년 만에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자동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지금 페이스리프트 모델 2023년형 더뉴팰리세이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패밀리카 성능을 제공한다.
지난 10~12일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만난 새로운 팰리세이드는 기존 모델보다 더 단단해졌다는 인상이 먼저 들었다. 기존 팰리세이드 차량은 플래그십 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밋밋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새 모델은 앞에서 바라보면 각진 크롬 패턴의 넓은 그릴이 매우 특징적이다.
덕분에 식스팩을 자랑하는 강인한 남성처럼 어디를 가든 시선을 사로 잡는다. 다만 그릴의 크기가 커지다보니 소비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관련해 그릴 색상을 트림에 따라 선택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후면 역시 기존 디자인보다 진일보했다. 범퍼 하단을 사다리꼴에서 수평 직사각형으로 바꿨는데 덕분에 대형 SUV다운 강인함이 느껴진다. 측면에서도 플래그십 SUV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볼륨감을 강조한 차체에 직선과 곡선의 연출이 더해져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실내로 들어가보면 더뉴팰리세이드가 고급 플래그십 SUV임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차량 중앙에 위치한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은 이전 모델보다 커졌는데 시승을 마칠 때까지 다 사용해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갖추었다. 공조 장치의 경우 고급 세단 모델이 그러한 것처럼 터치스크린과 다이얼을 섞어 쓰도록 디자인돼 있어 주 구매 타겟인 중장년층 운전자들도 편리하게 쓸 수 있다.
패밀리카로 기획돼 출시된 만큼 동승자들도 매우 편하게 차량을 사용할 수 있다. 키가 6피트에 달하는 기자가 뒷좌석에서도 편하게 발뻗고 앉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2열 좌석을 앞뒤로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돼 있어 3열 공간도 좁지가 않다. 좌석 배치만 잘 하면 3열에 앉아서도 준중형 세단 이상의 거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다.
3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도 있다. 차박이나 캠핑에 최적화된 구조인 것이다. 또한 내부 곳곳에 크고 작은 수납공간이 마련되고 USB포트가 여러 개 장착돼 있어 매우 편리하다. 내부 공간을 구성하는 능력이 글로벌 브랜드 중 최고인 현대차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주행에서는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다. 가족을 태우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대형 SUV 차량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수준이다. 가속이 아주 부드럽다거나 엑셀을 밟으면 속도를 바로 높이는 즉각적인 응답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패밀리카 답게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가속하고 급하게 속도를 줄일 때도 밀리거나 쏠리는 느낌이 없고 과속방지턱을 지나거나 노면이 고르지 않은 거리에서도 승차 안정감이 뛰어나다.
시승 구간에 오프로드도 있었는데 순조롭게 지날 정도로 출력도 뛰어났다. 여기에 더해 스포츠 모드를 발동하면 운전석 시트가 부풀어오르며 허리를 단단히 잡아주는 동시에 속도계가 붉은 형광색으로 변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고속주행 중에도 안정감과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도 차체의 흔들림이나 차량 바깥의 소음이 느껴지지 않아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으면 규정속도를 지키기 어려울 정도였다.
또 다른 팰리세이드의 장점은 가격이다. 가장 낮은 사양인 SE트림이 제조사 권장소비자가격(MSRP) 기준 3만 4,950달러에 시작해 동급 차량 대비 저렴하다. 저가 트림 역시 12.3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사양을 거의 갖추고 있어 효율성이 매우 높다.
다만 대형 플래그십 SUV 차량을 구매하려는 한인 운전자들의 경우 한국 브랜드 중 기아 텔루라이드를 팰리세이드보다 더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격 대비 효율성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판매량에서도 텔루라이드(8,318대)가 팰리세이드(5,121대)를 압도하고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