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트레이드쇼 폐막
“행사에 들어간 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매출을 올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추계 매직쇼에 참가한 여성복 전문업체 대표인 김모씨의 말이다. 행사장 중간 부분에 업체 홍보 부스 자리를 잡은 김 대표는 보수적으로 매출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첫날 개막을 하고 나서부터 상황은 예상과 달리 흘러 갔다. 김 대표는 “바이어를 비롯해 방문객이 크게 줄면서 둘째날 잠시 바빴던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며 “지난 2월 춘계 매출에 비해 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말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지난 8일부터 열린 세계 최대 의류 트레이드 쇼인 ‘2022 라스베가스 추계 매직쇼’가 사흘간 일정을 마무리하고 10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계 매직쇼에서도 매출 상승을 기대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 성적표를 받아든 한인 참가업체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내년 춘계 매직쇼를 기약하는 분위기다.
역대급 인플레이션 탓에 바이어 발길이 크게 줄어든 데다 같은 시기에 열린 ‘라스베가스 어패럴 쇼’(이하 어패럴쇼)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개최된 것도 매직쇼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0일 폐막을 앞둔 추계 매직쇼에 참가한 한인 의류업체 대표 중 상당수가 “많이 아쉽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추계 매직쇼는 물론 올해 2월 춘계 매직쇼에서 올렸던 매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 성적에 따른 아쉬움이다.
업체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15~20% 정도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복 전문업체 대표는 “규모가 있어 무난하게 매출 목표를 달성할 줄 알았는데 지난해에 비해 10~15% 적은 매출 수준을 보였다”며 “부스가 뒤쪽에 위치한 업체들의 경우 매출은 이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추계 매직쇼는 코로나19 사태로 한 해 연기된 후 2년 만에 열리면서 잠재되어 있던 바이어들의 발길이 몰리면서 모처럼 매출 상승으로 한인 의류업체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었던 사례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추계 매직쇼에서 나타난 매출 부진 현상은 예상치를 벗어난 것으로 한인 의류업체들에게 주는 충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어를 비롯한 방문객의 수가 크게 줄어든 데는 역대급의 인플레이션이 자리잡고 있다. 각종 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소비 수요가 위축되자 의류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또 다른 참가업체 대표는 “우리의 경우에는 방문 바이어 수는 춘계 매직쇼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주문 수량이 줄었다”며 “바이어 1명 당 20%의 주문량이 줄었고 어떤 바이어는 30%까지 주문량을 줄인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에 열린 어패럴쇼도 매직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2번째 열리는 이번 어패럴쇼에 참가한 20여개 한인 의류업체들은 기대 이상으로 매출이 신장된 것으로 나타나 크게 대조를 이뤘다.
어패럴쇼에 참가한 한 업체 대표는 “2번째 참가만에 매직쇼에서 마지막으로 올렸던 매출 수준까지 매출이 늘었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다가 3배 정도 매출이 늘면서 나름대로 성장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직쇼에 참가해 온 한인 의류업체 사이에서 ‘매직쇼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스 설치비가 매회 인상되고 각종 경비 규모도 늘면서 실익이 줄어들어 예전만큼 매직쇼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매직쇼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현실에 선뜻 매직쇼를 버릴 수 없다는 점이 한인 의류업체들에게는 딜레마인 셈이다.
한인의류협회 리처드 조 회장은 “어패럴쇼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한인 의류업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매직쇼 독점을 깨고 건설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것도 한인 의류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