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공기 중 질소 이용할 수 있게 벼 유전자 조작…특허 출원”
미국 연구팀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로 벼와 밀 같은 곡식의 유전자를 조작해 공기 중 질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원인 질소 비료 사용량을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Davis) 에두아르도 블룸왈드 교수팀은 6일 과학저널 '플랜트 바이오테크놀로지'(Plant Biotechnology)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땅속의 질소 대신 공기 중 질소를 이용할 수 있는 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벼가 질소가 부족한 토양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많은 양의 쌀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으며, 이 기술이 미국 내에서만도 수십억 달러의 질소 비룟값을 아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토양·수질 오염을 유발하고 온실가스 배출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질소 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질소는 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성분으로, 농업에서는 농작물의 질소 공급을 대부분 화학적으로 생산된 질소 비료에 의존하고 있다. 콩과 식물의 경우 뿌리에 있는 뿌리혹(root nodule)에 사는 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를 흡수해 토양에 공급하지만, 벼와 밀 같은 곡식 작물은 이런 '질소 고정'(nitrogen fixation) 세균을 이용하지 못해 질소 대부분을 비료에서 공급받는다.
문제는 질소 비료가 매우 비쌀 뿐 아니라 농경지에 뿌려지는 질소 비료 대부분이 그대로 토양에 스며들거나 지하수로 흘러들어 강물의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등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질소 고정 기능이 있는 토양 박테리아에서 질소를 공급받는 콩과 식물처럼 벼도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블룸왈드 교수는 "식물이 토양 박테리아가 대기 중 질소 가스를 고정하게 유도하는 화학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식물이 이런 화학물질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개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화학물질은 토양 박테리아의 질소 고정을 유도하고 식물은 박테리아가 만든 암모늄을 이용할 수 있어 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먼저 화학적 스크리닝과 유전체학을 이용해 벼에서 토양 박테리아의 질소 고정 활동을 촉진하는 화합물을 찾아냈다. 이어 이 화학물질이 식물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경로를 밝혀낸 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유전자를 조작, 공기 중 질소를 흡수하는 박테리아가 포함된 생물막(biofilm) 생성을 촉진하는 화합물이 더 많이 만들어지게 했다.
연구팀은 이어 기타아케(Kitaake)종 벼에 이 기술을 적용해 유전자 조작 벼를 만들고 이를 질소 성분이 부족한 토양에서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벼와 비교 재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벼는 질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키는 크지만 줄기 수가 감소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으나 유전자 조작 벼는 키는 작아졌지만 대신 줄기 수가 늘어 쌀 생산량이 질소 비료를 사용할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왈드 교수는 "식물은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한 화학 공장"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농작물 재배에서 과도하게 사용되는 질소 비료를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제공할 수 있으며 벼와 밀 외의 다른 농작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