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저명 칼럼니스트들 8명 줄줄이 ‘반성문’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뉴욕타임스(NYT)의 저명 칼럼니스트들이 줄줄이 NYT 기고문을 통해 과거 자신들의 칼럼에서 피력했던 주장들이 틀렸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공개적‘반성문’을 쓴 칼럼니스트들은 크루그먼을 비롯,‘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토머스 프리드먼,‘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 등의 저자인 데이빗 브룩스, 정치전문 기자 브렛 스티븐스, 그리고 게일 콜린스, 파라드 만주, 미셸 골드버그, 제이넵 투페키 등 8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주 NYT에 쓴 ‘인플레이션에 대해 나는 틀렸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자신의 과거 전망이 “매우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코로나19에 대응해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펼쳤을 때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겁먹을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인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더라도 곧바로 소비하는 것보다는 저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지방 정부에 대한 지원금은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예기치 못한 물가 상승을 일으킨 가장 강력한 변수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 변화다. 그는 실제 저축 규모나 지방정부 지출, 고용 수준 등 당시 낙관론의 토대가 됐던 근거 지표들이 예측과 비슷하게 나타났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이상하게” 물가가 치솟았다면서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과거의 경제모델을 대입한 것이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모든 경험은 결국 ‘겸손’에 대한 교훈이었다. 나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과거의 경제모델이 들어맞았기 때문에 지난해에도 같은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편리하게 느껴졌다”면서 “그러나 돌이켜보면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세상 앞에서 그런 방식의 추론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깨달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전했다.
NYT는 크루그먼 교수 뿐 아니라 다른 정치·외교·경제·기술·사회 각 분야의 칼럼니스트들과 기자들의 반성문을 ‘내가 틀렸습니다…’라는 시리즈 제하로 일제히 게재했다.
또 한 명의 NYT 저명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중국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옳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프리드먼은 “1990년대 중국이 개방 초기에 본 것만 갖고 ‘중국이 자유시장경제와 자유 언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낙관한 오류를 인정한다”고 썼다.
역사와 경제 분야 유명 칼럼니스트인 데이빗 브룩스는 러시아에 대한 자신의 과거 진단이 잘못됐었다며, 1990년 대 소련 붕괴 이후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월성에 대해 확신하며 러시아 기업 민영화를 지지했었지만 현재와 같은 부패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정치 분야에서 브렛 스티븐스 기자는 ‘저는 트럼프 지지층에 대해 틀렸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지지층을 폄하한 것에 대해, 그리고 케일 콜린스 기자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당시 공화당 후보에 대한 비판이 잘못됐었다고 고백했다.
또 IT 전문 기자 파라드 만주는 지난 2009년 ‘페이스북’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가입을 독려하는 기사를 썼었는데, 이후 페이스북이 IT 업계의 괴물이 됐다며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이밖에 여성 전문 기자 미셸 골드버그는 지난 2017년 할리웃발 미투 열풍 당시 연방상원의언 의혹에 대해 무조건적 사퇴를 요구한 기사에 대해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