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 분석
입 속 침(타액)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으로 우울증 및 자살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학대, 따돌림, 가정폭력과 같이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 등 심리·사회적 요인과 회복탄력성 등의 지표를 통해 고위험 우울증과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질환의 조기발견 및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석정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7일 우울증 환자가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 등 심리·사회적 요인과 회복탄력성의 상호연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석 교수팀은 73명의 연구 대상을 우울증상과 자살위험성, 정신건강의 취약요인-보호요인 평가에 따라 △정신건강 양호 △우울증 위험 △질병과 건강한 상태의 경계 등 세 집단으로 나눴다. 아침 기상 직후부터 1시간까지 30분 간격으로 총 3회에 걸쳐 타액을 모아 코티솔 호르몬 농도를 측정했다. 코티솔 호르몬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이르는 신경내분비계(HPA) 축의 기능 변화를 반영한다. 코티솔은 혈압과 전해질 균형의 유지를 돕고 에너지의 저장을 촉진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량이 증가한다.
우울증이 심할수록 아침 신체기능이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상태가 부족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아침 기상 후 30분 동안 증가하는 타액 코티솔의 양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그룹일수록 많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우울증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라기보다 유전·생물학적 특성·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자살 위험이 있는 고위험 환자는 질환 초기 신속한 치료를 통해 극한 상황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석 교수는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우울증을 진단할 때 설문지를 이용한 자가 보고식 우울 증상 평가와 진료를 병행하는 것이 표준적인 절차였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타액 코티솔 호르몬과 같은 생물학적 지표 평가가 가능해져 과학적 객관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