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퇴자 중 170만 명 다시 돈벌이 나서
고정된 연금으론 생활비 부족에 재취업 증가
인플레이션 고공행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다시 되돌아가는 은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고정된 연금으로는 치솟은 물가를 쫓아갈 수 없는 상황인데, 높은 인플레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일터에 복귀하는 노년층도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노동시장 전문업체 인디드 고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년 전 은퇴한 노동자들 중 현업에 복귀한 사람은 무려 170만 명에 달했다. 비중으로 살펴보면 작년 은퇴자의 3.2%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같은 수치는 팬데믹 초 2%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연방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푼 것이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다시 시작한 은퇴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LA에서 활동하는 존 타노프 재취업코치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더 이상 은퇴는 없다”며 “나이가 든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거대한 압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현재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981년 이후 최대인 8.6% 급등하면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제품 중에서도 개스, 식료품, 렌트 등 필수재의 가치가 급등해 상당수의 은퇴자들 입장에서는 일을 다시 시작하지 않고 생활을 유지하는게 불가능해졌다.
특히 미국인들의 기본 연금 시스템인 소셜시큐리티 연금은 부부 기준으로 월평균 2,800달러 정도로 높은 인플레를 쫓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인플레 지속에 일터에 복귀하는 노년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당장 이달 중순 발표되는 6월 CPI는 5월 CPI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정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요인들이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관점에서 은퇴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타노프 코치는 “은퇴자들 중에서는 복직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경제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의욕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채용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바뀐 만큼 가장 먼저 인터넷 네트워킹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설명도 나왔다. 타노프 코치는 “일자리를 찾는 은퇴자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이 링크드인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 활용법”이라며 “자신의 기술과 경험에 적합한 기회를 찾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