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첫 2천달러 돌파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비싼 렌트비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집값 하락을 기대하고 주택 구입을 미뤘지만 사상 최고 수준 임대료 탓에 주택 마련 자금이 낭비되는 상황이다.
4일 부동산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월평균 주택 임대료는 2,00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처음 2,00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 올랐다. 팬데믹 직전 1,600달러 선이었던 주택 평균 임대료는 이후 2년 동안 급등세를 이어왔다.
레드핀의 테일러 마르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모기지 금리 상승에 주택 구입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다수 렌트로 방향을 틀었다”며 “공급 대비 수요가 증가한 것이 결국 주택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렌트 가격 급등은 무주택자들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되면서 주택 구입을 미룬 사람들이 많은데 비싼 렌트비가 차라리 집을 사는게 낫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최근 신혼 생활을 시작한 한인 김모씨는 “팬데믹 기간 치솟은 주택 가격이 부담스러워 렌트를 알아봤는데 고민이 더 커졌다”며 “왜 집을 일찍 사지 않았냐는 스트레스를 다시 받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더해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함께 올라간 모기지 이자율 때문에 지금 집을 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렌트비는 물론 주택 가격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구입은 미루는 걸 추천한다. 주택 재고량이 사상 최저 수준에서 반등하면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주택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다. 특히 리스팅 기간이 늘어나면서 가격을 하락 조정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니엘 할레 리얼터닷컴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 판매자 우위 시장이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구매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간이 다가오는 걸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