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샤핑 증가·팬데믹에 효용성 급락
유통규모 57% 감소… 사용률 0.5% 불과
한때 종이 할인 쿠폰은 미국 서민들의 샤핑 필수품이었다. 신문 삽지에 붙어 있는 종이 할인 쿠폰을 오려 모아 두었다가 랠프스나 본스 등 마켓에서 할인 제품을 구입하면서 사용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할인을 받는 재미와 함께 비용도 아끼는 1석2조의 효과를 발휘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와 스마트폰의 등장, 여기에 팬데믹 이후 샤핑 경향의 변화로 종이 할인 쿠폰의 설자리가 줄어들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미국 전통 샤핑 문화 중 하나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29일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인기를 모으면서 미국 샤핑 문화를 상징했던 종이 할인 쿠폰이 샤핑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설자리를 잃고 사라져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칸타 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된 종이 및 디지털 할인 쿠폰의 규모는 1,680억 달러로 2015년 2,940억 달러에 비해 57%나 줄어들었다.
할인 쿠폰의 위세가 크게 약화된 것은 사용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 그리고 뒤셀도르프 하인리히 하이네대학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2020년 종이와 디지털 할인 쿠폰의 사용률은 0.5%까지 떨어졌다. 1980년대 3.5%였던 할인 쿠폰 사용률이 극감한 것이다.
할인 쿠폰의 인기가 쇠락한 것은 시간에 쫓기는 샤핑객들이 소소한 할인을 받기 위해 수고와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인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970년대 초 미시건의 ‘벌라시스 커뮤니케이션스’라는 인쇄업체가 종이 할인 쿠폰을 책자 형태로 발행하면서 할인 쿠폰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신문에 삽지 형태로 보급되고 마켓들이 고객 확보 차원으로 적극 도입하면서 종이 할인 쿠폰은 인기를 끌어 1999년 3,400억달러 규모까지 치솟았다. 특히 2007년에서 2009년까지 금융 위기 시절에 종이 할인 쿠폰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미국 서민들에게 샤핑시 지참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종이 할인 쿠폰의 효용성이 줄어들면서 그 인기도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할인 쿠폰으로 다른 제품들의 동반 판매 상승을 생각했던 제조업체들이 기대만큼 판매가 되지 않자 종이 할인 쿠폰 발행 수와 품목을 제한했던 것이다.
여기에 아마존이라는 거대 온라인 소매판매 업체가 등장하면서 마켓들이 자체 브랜드로 가격 할인 경쟁을 시작한 것도 종이 할인 쿠폰의 쇠퇴에 한몫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쇠퇴하고 있는 종이 할인 쿠폰에게 결정타 역할을 했다. 캐시백이나 포인트 적립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할인 제도가 스마트폰에서 가능해지면서 종이 할인 쿠폰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물건 공급이 제때 되지 못한 것도 종이 할인 쿠폰의 활용성을 떨어트렸다.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한 물가 역시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면서 마켓이 종이 할인 쿠폰 발행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제조업체나 마켓들이 종이 할인 쿠폰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고 NYT는 전했다. 여전히 할인 쿠폰을 눈여겨 보면서 할인 품목을 찾아 마켓을 방문하려는 수요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