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원이 총기규제법 위헌과 낙태권 폐지 판결 등 연이어 보수 성향의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민과 정치권 대다수와는 다른 보수 성향으로 너무 기울고 있다는 지적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잇따라 임명돼 연방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성향으로 평가되는 등 대법원이 보수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은 지난 24일 지난 1913년 제정된 총기 소유주가 자택 밖에서 권총을 휴대할 때 사전 면허를 받도록 명시한 뉴욕주의 총기규제법에 대해 찬성 6, 반대 3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총기 소유주가 공공 장소에서 총기 소지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총기 소지의 필요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뉴욕주법은 총기소유의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24일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하며 49년간 이어온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역시 6 대 3으로 공식 폐기했다.
대법원은 1973년 찬성 7, 반대 2로 내린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여성의 낙태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14조상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태아가 자궁 밖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약 임신 28주) 전까지는 여성이 어떤 이유에서든 임신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각 주의 낙태 금지 입법은 사실상 금지되거나 사문화됐었다. 낙태권 폐기 판결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렛 캐버노,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등 대법관 3명 모두가 찬성했다.
대법원은 27일에는 고등학교 스포츠 경기 뒤에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속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공립학교에서의 종교 활동도 이전보다 넓게 인정하면서 그동안 유지됐던 정교분리의 관행도 변화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대법원은 이날 ‘케네디 대 브레머튼 학군’ 사건과 관련, 6대 3으로 조 케네디 전 고교 풋볼 코치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에서 케네디 전 코치의 기도는 수정헌법 1조(종교·언론 등의 자유)에 의해 보호된다면서 “헌법과 전통의 가장 좋은 점은 검열이나 억압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관용을 권고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3일 범죄 용의자 인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의 ‘미란다 원칙’에도 제한을 뒀다. 법원은 6 대 3으로 법 집행 공무원이 미란다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민에게 고소당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미란다 원칙 자체를 건드린 것은 아니지만 자칫 취지를 약화할 수 있다고 CNN은 진단했다.
대법원은 21일에는 수업료 지원 프로그램에서 종교색을 띤 학교를 배제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3년여간 계속된 미 북동부 메인주와 학부모들 간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줬다. 존 로버츠 수석대법관은 판결문에서 “‘비종파적’ 학교에만 등록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메인주의 규정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 활동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대법원의 보수 판결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 대법원이 올 가을 앨라배마의 지역구 재확정 문제와 관련한 심리를 앞두고 인종을 비롯해 소수자 차별에 근거한 투표 관행 및 절차를 금지한 투표권의 핵심 조항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