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을 번다고 할지라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큰 돈이 되기도 한다. 돈을 버는 것도 힘들지만 관리하는 것은 더 어렵고 힘들다는 의미다. 대학 학자금은 날이 갈수록 치솟고 부모들의 자녀 양육에 따른 각종 교육비 인상도 가정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자녀들에게 자신의 재정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어려서부터 제대로 익힌 재정습관은 평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미국은 부채가 중심이 되는 경제이기 때문에 학자금 융자및 상환에 대한 개념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서 본인 스스로 깨닫게 해줘야 한다. 왜 저축을 해야하는 지, 그리고 돈의 흐름을 읽는 법을 알아야 자녀가 자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녀들의 재정교육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자녀들에게‘즉흥적인 지도’보다 체계적으로‘나이에 걸맞은’ 재정교육을 하라고 강조한다. 자녀 재정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살펴본다.
재정 교육 어려서부터, 용돈 등으로 가계부 작성 유도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항상 인지할 수 있도록
■핵심은 현명한 돈 관리
재정관리의 핵심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어떻게 현명하게 관리하느냐이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투자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저축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은행에 계좌를 열어 저축을 하다 보면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본인이 저축한 돈을 함부로 쓰지도 않게 된다. 또한 본인이 얼마나 버는지 이에 맞춰서 지출하는지에 대한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 가계부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경제적인 감각을 어릴 때부터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 어떤 습관을 들여놓느냐에 따라 평생 건전한 재정관리의 기초를 쌓을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낭비하는 생활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
■재정 교육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재정관리를 하다 보면 대학 학자금 등의 정보에도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된다. 재정관리를 하면서 돈을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 재정보조 신청이나 장학금에 관한 정보의 필요성도 깨닫게 된다. 자녀에 대한 재정교육은 따라서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다. 재정교육은 자녀가 돈을 못 쓰게 억제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곤란하며 또 인색한 사람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고 일상생활에서 돈의 의미를 제대로 일깨워 주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나이에 맞는 재정교육도 따라야 하는데 체킹 어카운트, 크레딧카드와 부채 등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생활경제의 기본이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은행과 크레딧카드에 대해서 교육하면 그들이 독립할 때 재정적으로 더욱 돈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된다.
■가계부 작성은 필수요소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부모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요즘의 흐름이다. 물론 졸업 후에 구직도 쉽지 않은데다가 엄청나게 오른 학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학자금을 충당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지만 재정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최소한 용돈 정도는 본인이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을 자녀들이 깨닫게 하면 그 다음에는 지출관리 개념을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즉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을 예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하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캐시 플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고 또 쓰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만의 가계부를 작성하도록 유도한다.
■대학 학자금 부채 기억하기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학자금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무료로 다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학학자금 부채를 껴안고 졸업하게 마련이다. 특히 의대나 약대, 치대 등 전문 대학원을 진학할 경우 학비 융자 상환부담은 더욱 크게 마련이다. 따라서 학자금을 어떻게 갚아야할지 평소부터 준비하고 생활비에서 어느 정도씩 따로 할당할 수 있게 해놓을 필요가 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경우를 제외하곤 본인이 스스로 부채를 갚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저축하는 즐거움을 알 수 있게
은행계좌에 돈을 저축하고 잠시만 놓아두어도 수년 후에 액수가 올라 있음을 알 수 있다. 적은 돈을 적립해 놓은 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이 크게 불어나는 원리를 맛볼 수 있다.
매달 이자를 주는 계좌에 예금을 시작했다고 가정을 했을 때 첫 달은 예금한 액수에 따라 이자가 쌓일 것이다. 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게 되면 원금과 이자가 함께 쌓인다.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예금했을 때 이자는 얼마 안 되지만 저축을 통해 은행을 사용하는 방법과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결국은 자녀에게 재물을 물려주기 보다는 재물을 관리하고 키우는 노하우를 물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연령별 재정 교육 팁
▲4~5세
아이들이 4세 정도가 되면 부모에게서 돈이 나온다는 것을 막연히 알게 된다. 돈을 어떻게 해야 버는가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지만 부모가 경제활동을 해야 먹고 생활할 수 있는 돈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좋다. 또한 보통 이 시기 아이들도 돈이 있어야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다는 정도는 알게 된다.
킨더카튼에 입학할 즈음에는 ‘돈‘이나 ‘경제 개념‘의 방향도 올바로 잡아줘야 한다. 이 시기에 이런 이야기는 틴에이저가 된 다음에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생활과 살아가는데 돈이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과 돈을 어떻게 모으고 쓰느냐에 따라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돼지 저금통을 통해 돈의 가치와 개념을 가르치고 저축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작은 액수의 동전이 모여 1달러 5달러 10달러 등과 같은 지폐의 가치가 되는지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저축의 컨셉을 어느 정도 배우게 된다.
▲6~10세
‘돈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핵심이다.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쓸 돈은 한정되어 있고 중요하기 때문에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고 한 번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돈은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을 각인시켜 줘야 한다. 지출에 앞서 제대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녀들의 지출에 대해 꼼꼼히 체크해 보고 알뜰샤핑을 통해 ‘현장 교육’을 하는 것도 괜찮다. 예를들어 페퍼타월을 낱개보다는 묶음으로 살 때 저렴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도 돈을 잘 쓰는 교육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에는 아이에게 예산을 정해준 후 직접 물건을 선택하도록 해본다. 이때 아이가 선택한 물건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잊지 말자.
용돈을 주는 것은 일찍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다. 어릴 때부터 용돈을 받기 시작한 아이들은 그만큼 돈 관리 능력도 빨리 향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단 용돈은 불규칙하게 주지 말고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용돈에 맞게 예산을 세워두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11~14세
중학생이 되면 저축과 투자의 개념에 대해 보다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시기다. 단기적인 저축보다는 장기적인 저축이 왜 필요한지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장기 투자에 대한 복리 개념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곁들이면 한결 효과적이다. 가령 복리로 14세부터 매년 100달러씩 저축하면 65세에 2만3,000달러로 불어나지만 35세부터 시작하면 65세에 7,000달러 밖에 모으지 못한다고 말해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용돈을 받으며 씀씀이가 헤퍼지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럴 때는 더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습관화 된 사소한 지출을 줄여야 된다는 경제 원리, 즉 ‘트레이드 오프’ 혹은 기회비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게 필요하다.
▲15~18세
9학년쯤에는 실제 닥치게 될 대학 등록금을 통해 재정의 중요성을 파악하게 한다.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경우 지출하게 되는 등록금과 각종 비용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인터넷에서 ‘순 비용 계산’(net price calculator)를 서치하도록 한다. 이때 현재의 재정형편을 설명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눠보면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우는 점이 많을 것이다. 물론 대학의 재정 보조를 받을 경우 졸업 후 오랜 기간 상환해야 한다는 점 등도 토론거리가 된다. 또 대졸자의 연봉과 대학을 가지 않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에 대해서 말해도 괜찮다.
이 시기 자녀의 파트타임이나 서머잡도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 한 통계에 따르면 대학 신입생 약 절반이 돈 관리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알지 못해 체킹 어카운트 부도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약간의 서머잡 경험은 실질적인 재정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
▲18세 이상
대학에 진학한 자녀에게 체킹 어카운트를 열어준다. 수입과 지출 등 재정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깨닫는 데 이보다 좋은 게 없다. 물론 체킹 어카운트를 잘 관리하는 법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보통 자신의 어카운트를 갖게 되면 책임감도 동반하게 된다.
이 시기 자녀들에게 처음 크레딧카드를 주는 부모들이 많은데 이 점 또한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한창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에 자칫 과소비를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금보다 크레딧카드를 사용할 때 30% 이상 더 지출한다는 통계도 발표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당장 크레딧카드를 주기 보다는 대학 진학 후 1~2년간은 데빗카드를 고려할 만하다. 정해진 한도 안에서만 사용하다 보면 바른 지출 습관을 갖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후 크레딧카드를 줄 때는 몇 가지 사항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 반드시 잔액을 매월 갚는 습관을 갖고 크레딧카드를 잘 관리하면 좋은 크레딧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만약 코사인 한 경우라면 연체로 인해 부모의 크레딧까지 손상될 수 있다는 점도 말해야 한다.
크레딧이 좋으면 장차 집을 매입하거나 사업상 융자를 얻을 때도 이자율이 저렴할 수 있다는 것과 좋은 크레딧을 유지하려면 매달 페이먼트가 정확해야 하고 밸런스가 낮아야 하며 너무 잦은 카드 신청도 좋지 않다고 강조한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