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애플이 ‘파친코’에 꽂힌 까닭은… K스토리의 힘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2-04-13 09:05:30

애플, 파친코,K스토리의 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콧대 높고 한국 홀대 많았던 애플

재일동포 드라마에 1,000억 투자

미 시사회 티켓 봉투에 무궁화 씨도

드라마 ‘파친코’에서 일제강점기 양진(정인지^가운데)은 하숙을 하며 생계를 꾸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파친코’를 계기로 한복을 조명하며 ‘한복의 진화는 한국의 역사’라고 했다. <애플 TV+ 제공>
드라마 ‘파친코’에서 일제강점기 양진(정인지^가운데)은 하숙을 하며 생계를 꾸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파친코’를 계기로 한복을 조명하며 ‘한복의 진화는 한국의 역사’라고 했다. <애플 TV+ 제공>

 할리웃 최초로 ‘한국역사’ 주제 대작 제작

 

배우 한준우(38)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 T+의 드라마‘파친코’ 미국 시사회 티켓을 보고 깜짝 놀랐다. 티켓이 담긴 종이 봉투 앞면엔 무궁화가 수묵화처럼 그려졌고, 봉투 안엔 무궁화 씨가 들어 있었다.

 

미국 영화의 전당에 뿌려진 무궁화 씨

 

한국도 아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글로벌 시사회에서 외국 관객들 손에 쥐어진 무궁화 씨앗이라니. ‘파친코’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선교사 아들 요셉을 묵직하게 연기한 한준우는 12일 본보에 “이 ‘무궁화 티켓’으로 ‘파친코’에 담긴 우리 역사뿐 아니라 이민자들의 애환을 외국 관객들이 더 공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영화의 전당인 아카데미뮤지엄에서 무궁화 씨 수천 개를 뿌린 ‘농부’는 한류 팬들이 아닌, 애플이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애플 마케팅팀 내 아시아계 미국인 직원이 ‘무궁화 티켓’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세계화의 상징인 애플이 드라마 홍보를 위해 가장 한국적인 국화를 활용한 시사회 티켓으로 한국 이야기를 세계에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파친코’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를 오가는 대서사시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자이니치)와 아직도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그 후손들의 삶을 다룬다.

 

‘기생충’ 뜨기 전… 애플의 1,000억 농사

 

무궁화 향이 밴 ‘파친코’는 안팎으로 화제다. 8부작 가운데 다섯 편이 공개된 12일 기준 넷플릭스 등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틀어 국내 1위(키노라이츠 기준)를 차지했고, 미국에선 최근 한 달 동안 현지 드라마 이용자 평균보다 3.4배(패럿 애널리틱스 기준) 많은 이들이 시청 했다. 보수 성향의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이 조용한 한국 걸작이 우리 드라마를 부끄럽게 만든다”고 극찬했다.

 

타임 등에 따르면 ‘파친코’의 회당 제작비는 영국 왕실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1,000만 달러·122억 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할리웃에서 한국 역사를 주제로 1,000억대의 대작 드라마를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형 프로젝트를 대부분의 미국 제작사와 OTT는 부담스러워했다. 백인 주인공이 아닌 데다, 주 언어도 영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상으로 만난 테레사 강 로우 ‘파친코’ 총괄 프로듀서는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 4년 전엔,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뿐 아니라 아시아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도 흥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이 미국에서 흥행하기 전”

 

이라며 “당시엔 무모한 도전이라 여겨졌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애플TV+가 이 드라마 투자를 고민했고, 결국 ‘파친 코’는 사과마크(애플 로고)를 달고 나왔다. ‘파친코’는 한국 배우(윤여정, 이민호, 김민하)를 주인공으로, 한국어로 대사의 60% 이상을 채웠다.

 

“이민사회 문화 성장, 시장성 눈여겨본 것”

 

애플은 그간 한국을 홀대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이폰신제품발표 때 번번이 한국을 1차 출시국에서 제외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은 왜 ‘파친코’에 거액을 쏟아부었을까. 이는 한국적 이야기가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라는 게 업계와 학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류를 꾸준히 연구해 온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원작 소설이 미국에서 흥행한 데다 아시아 시장도 매우 중요한 글로벌 OTT(애플TV+)에 ‘파친코’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디아스포라, 즉 이민사회 문화의 성장과 맞물려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파친코’의 시장성을 눈여겨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드라마는 첫 회 일본의 식민 지배를 시작으로 쌀 수탈, 강제 징용 문제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등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소설보다 항일의 역사와 재일동포의 주체성이 강조됐다. “핏방울 하나하나가 못하게 막는다면.” 극중 노파가 한 이 말은 재일동포의 존엄을 돋을새김한다. 드라마가 공개된 뒤 일부 일본 우익들은 “완전 허구”라고 ‘파친코’를 깎아내리고, 애플TV+는 현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일본의 일부 누리꾼이 SNS에서 ‘한일합병은 한국 경제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 등의 어이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OTT를 통해 일본의 가해 역사가 전 세계에 제대로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냉대’모를 리 없는 애플의 실험

 

일본의 거센반발은 드라마 제작 전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일본의 냉대를 모를 리 없는 애플은 글로벌 OTT 시장에서 ‘파친코’ 콘텐츠 농사를 밀어붙였다. 재일동포의 애환이 곧 이 시대 세계 난민과 이주민이 지닌 상처이고, 그 응축된 고통을 뚫고 일어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게 한국의 이야기다. 이 ‘한류 스토리’를 식민 혹은 이주 생활을 경험한 세계 여러 나라 시청자들이 한국인처럼 적극 소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략적 판단을 애플이 했을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파친코’는 식민지 역사나침략을 경험한 베트남,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를 포함해 무려 40여 개 언어로 자막이 제공된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내 정치적 올바름 이슈와 ‘화이트 워싱’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고, 애플이 글로벌 OTT 후발주자인 만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험적 시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뉴스] 메트로시티 뱅크 합병 소식, 탈주범 50시간만에 잡힌 사연, 치솟는 메트로 애틀랜타 렌트비,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핫 뉴스에 한인단체 동정까지 (영상)
[애틀랜타 뉴스] 메트로시티 뱅크 합병 소식, 탈주범 50시간만에 잡힌 사연, 치솟는 메트로 애틀랜타 렌트비,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핫 뉴스에 한인단체 동정까지 (영상)

12월 첫 째주 애틀래타 이상무 종합 뉴스는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핫 뉴스부터 시작해서 탈주범 잡힌 기막힐 사연에 메트로시티 뱅크 합병 소식 등 다양안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만학의 열정...제2의 인생을 깨우다
만학의 열정...제2의 인생을 깨우다

허드슨 테일러 대학평신도 신학과정 마쳐스와니에 위치한 허드슨 테일러 대학교(총장 장석민 박사)가 지난 3일, 은퇴자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신도 신학 훈련과정’ 1학기 종강식

올해 미국 구글 검색어 순위 2위는 '케데헌'…1위는 '찰리커크'
올해 미국 구글 검색어 순위 2위는 '케데헌'…1위는 '찰리커크'

흥얼거려 노래 찾는 '노래검색'서 '골든' 1위…송지우, 전세계 배우 검색 4위   지난 9월 30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마련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존에서 관람객들이 사

대법원, 트럼프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 합헌성 따진다
대법원, 트럼프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 합헌성 따진다

항소법원 ‘위헌’ 판단 이후 대법원 최종 결정 남아‘미국서 태어나면 미국 시민’ 수정헌법 14조 원칙 뒤집힐까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의

2026 월드컵 한국, 멕시코 남아공 유럽D와 A조 편성
2026 월드컵 한국, 멕시코 남아공 유럽D와 A조 편성

한국 첫 경기 유럽D, 둘째 멕시코죽음의 조 피해 대진운은 좋은듯 2025년 12월 5일 2026 FIFA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모든 팀의 조 편성이 완료된 후의 전체 모습<

GA 공화당 차세대 유망주 한순간 '나락'
GA 공화당 차세대 유망주 한순간 '나락'

19세 당 지도부 부비서미성년 성매매 시도 덜미공화당도 흔들...선긋기  조지아 공화당에서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던 인물이 미성년 성매매 덫에 걸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월마트, 조지아서 드론 배송 시작
월마트, 조지아서 드론 배송 시작

로건빌 등 6개 매장에서 배송 시작해최대 6마일 거리 이내 5분 만에 배송 월마트가 조지아 및 애틀랜타 지역에서 드론배송을 시작했다.애틀랜타 외곽에 위치한 6개의 월마트 슈퍼센터

한인부동산협회 송년모임...나눔실천
한인부동산협회 송년모임...나눔실천

4차 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 개최미션아가페 등에 4,000달러 기부  조지아한인부동산협회(GAKARA, 회장 샤론 황)가 4일(목) 저녁 6시, 스와니 ‘더 리버 클럽’에서 제4

근로자 사망사고 큐셀 한국시공업체 벌금
근로자 사망사고 큐셀 한국시공업체 벌금

OSHA,형원E&C에 2만달러 부과“직원을 질식사 위험에 노출시켜”  지난 5월 카터스빌 한화 큐셀 공장 2단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건을 조사해 온 연방안전보

"11년전 스노우마겟돈 악몽...더 이상 없어요"
"11년전 스노우마겟돈 악몽...더 이상 없어요"

GDOT, 올 폭설 대비 현황 공개 "브라인·제설트럭 등 만반 준비" 2014년 겨울 애틀랜타를 마비시켰던 소위 스노우마겟돈(Snowmageddon)은 지금도 지역 주민들의 기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