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 이상 직장 대상… 하원서 압도적 통과
연방의회가 직장 은퇴연금 저축인 401(k)의 자동 의무 가입과 불입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인출 시기를 늦추는 등 미국 직장인들의 은퇴 플랜을 대폭 개선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제매체 CNBC는 연방 하원이 ‘은퇴보장법 2.0’이라고 명명된 강력한 은퇴 보장법(H.R .2954)법안을 지난달 29일 414대5라는 압도적, 초당적으로 통과돼 연방 상원의 승인을 남겨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장인 은퇴 플랜을 대폭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은퇴보장법 2.0은 이번 달 초에 있을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직장 은퇴 연금 제도 개선으로 혜택을 보는 미국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연방하원 조세 무역위원장인 리처드 닐(민주) 의원은 “H.R.2954법안은 은퇴 연금 저축의 적용 범위와 불입액을 늘리고 현행 은퇴 플랜 시스템을 단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법안이 실시되면 많은 미국 직장인들의 은퇴 생활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보장법 2.0의 핵심은 미국 대표적인 은퇴 연금 저축인 401(k)의 확대에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오는 2024년부터 대부분의 미국 내 직장에서 직원들의 401(k) 가입이 자동 의무화된다. 최초 임금의 3%부터 401(k)를 불입할 수 있으며 최대 10%까지 매년 불입액을 늘릴 수 있다. 다만 직원 수가 10명 이하의 소규모 업체와 개업한 지 3년 미만인 업체들은 401(k) 자동 의무 가입에서 제외된다.
뒤늦게 은퇴 연금 저축을 시작한 직장인들이 불입액을 더 납입할 수 있는 ‘캐치업’(catch-up) 제도도 도입된다. 2024년부터 62~64세 직장인들은 현행 1년 불입액 한도인 6,500달러보다 많은 1만달러까지 불입할 수 있다.
401(k)나 전통 IRA 등 은퇴 플랜 가입자가 72세에 이르면 최소인출금액(RMD)을 인출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는 제도도 손을 보게 됐다.
최소한의 금액을 반드시 인출해야 하는 시기는 현재 72세에서 10년에 걸쳐 75세로 늦춰진다. 내년에는 73세로 1년 늦춰지고 2030년에 74세, 2033년에 75세로 조정된다. 그만큼 은퇴 자금의 운영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채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번 은퇴보장법 2.0에 업주의 학자금 대출 상환 지원제도도 포함되어 있다. 학자금 대출을 매달 상환하기를 원하는 직원에게 401(k)처럼 업주가 매칭 펀드를 제공해 주는 제도다.
매칭 펀드의 비율은 업체마다 다를 수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능력 있는 젊은 직원들을 직원으로 유치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2023년부터 연간 500시간을 일하고 2년 간 일해 온 파트타임 직원들도 401(k) 가입이 가능하다.
이번 은퇴보장법 2.0이 상원을 통과해 법제화되면 미국 직장 내 은퇴 플랜에 적지 않은 변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은퇴 플랜이 등장해 미국 직장인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