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 조달 어려움에‘선입주 후설치’상황까지
“꿈의 새집 입주를 환영합니다. 실제 차고 문은 곧 설치됩니다”
새집인데 차고 문이 없다면 영락 없이 ‘앙고 없는 찐빵’이다. 앙고 없는 찐빵과도 같은 일들이 주택건설업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이 주택건설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차고 문 자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차고 문 없이 주택을 판매하는 일들이 빚어지고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주택건설 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주택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차고 문 자재 품귀 현상에 직면하면서 주택 건설이 지연되는 등 공급과 판매에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존번스 부동산 컨설팅의 릭 팔라시오스 주니어 리서치 디렉터는 “차고 문 부족 사태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현재 주택건설 업계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를 꼽으라면 차고 문 품귀 사태”라고 말했다.
그간 주택건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난의 연속이었다. 목재를 비롯한 벽돌 등 건설 자재뿐 아니라 각종 가전제품 부족 사태에 코로나19 감염자 속출로 인력난까지 벌어지는 어려운 시기를 버텨냈다. 하지만 차고 문 자재 품귀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일단 차고 문에 들어가는 자재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전 같으면 주택이 완공되기 몇 주 전에 주문을 해도 준공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금은 자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아예 주택용 택지를 조성할 때 차고 문 자재를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고 문 자재 품귀로 가격도 2~3배 정도 급등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차고 문 자재 확보가 어려워지자 주택 건설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7개월 정도면 신규 단독주택을 건설했지만 이젠 차고 문 자재 확보에만 20주가 걸리면서 주택 완공까지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차고 문을 제때 달지 못하는 상황은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주택건설 업체들은 차고 문 미설치에 따라 준공검사를 받지 못해 판매를 하지 못하는 신규 주택들이 늘어 경제적인 손실을 보고 있는가 하면 새 주택을 구입하고도 입주를 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주택 구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신규 주택에서 차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차고 문 자재 공급난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2020년에만 신규 주택 10채 중 9채는 차고를 구비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도시를 떠나 교외에 주거지를 정하는 사례들이 급증하면서 자동차를 보관하는 차고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차고 문 자재 부족 사태는 주택건설 업계의 사업 모델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