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2 현장
한국 스마트폰·통신 업계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 현장에서 나란히 ‘메타버스’라는 화두를 꺼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를 결합한 ‘아이버스(AIVERSE)’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선언했고, 한종희 삼성전자 DX사업부장 부회장은 메타버스 단말기 개발 소식을 알렸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발판으로 한 미래 기술 선도 전략을 제시하며 양 사가 본격적인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 대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2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AI 반도체 사피온, 양자암호(IDQ)를 들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이후 3년간 결집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메타버스·AI·양자암호를 ‘3대 차세대 빅테크’로 정했다”며 “세계 어느 통신 사업자들과도 차별화되는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2022년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도 메타버스 기기와 관련해 준비하고 있다”며 “제품의 완성도가 중요하기에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기기를 내놓는다면 이번에도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대표들이 메타버스 사업 확대와 협력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SKT ‘이프랜드’ 올해 80개국 출시
메타버스 발판으로 ‘아이버스’ 구현=SK텔레콤은 이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출시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 대표는 “이프랜드는 국내에서만 1500건이 넘는 제휴 요청을 받는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며 “올해는 이프랜드 서비스 지역을 80여 개 국가로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메타버스를 통해 SK텔레콤이 새롭게 지향하는 ‘아이버스’ 실현을 위한 발판이다. 아이버스는 AI와 유니버스(Universe)를 조합해 SK텔레콤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AI 비서와 메타버스를 결합해 현실과 가상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유 대표는 이프랜드 글로벌 확장을 아이버스 구현을 위한 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에도 나선다. 누구나 콘텐츠 제작자가 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거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소위 P2E(Play to Earn·가상세계를 통해 돈을 버는 것)를 도입하고,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유망 지식재산권(IP) 기업과 게임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반대 축에서 아이버스를 뒷받침하기 위한 ‘AI 비서’도 곧 출시한다. 이는 캐릭터와 초거대 언어 모델을 결합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아이버스를 비롯한 AI 서비스를 한데 묶을 새 브랜드도 조만간 선보인다. 유 대표는 “기존 AI 비서와는 개념이 다른 ‘세상에 없던 서비스’”라며 “개인화 AI 비서와 이프랜드, 구독 경제인 T우주를 결합해 중장기적으로 아이버스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AI 반도체·양자암호
현실감 높은 가상현실 구현을 위해선 뛰어난 AI 연산 능력과 보안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이 이프랜드와 AI 반도체 사피온, 양자암호 기술을 해외 진출의 삼각 축으로 꼽은 배경이다. 이날 유 대표는 늦어도 2023년 초까지 사피온 후속 모델을 출시해 최근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 사피온의 기업 가치를 오는 2027년까지 10조 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양자암호 사업에서는 지난 2018년 인수한 IDQ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암호 통신 업체가 될 계획이다. IDQ는 SK텔레콤에 인수된 후 매출이 2배 늘어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바르셀로나=윤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