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필 특파원의 3분 월스트리트…내년까지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희박
17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622.27포인트(1.78%) 내린 3만4,312.03에 거래를 마쳤다. S&P 500은 94.75포인트(2.12%) 하락한 4,380.26, 나스닥 지수는 407.38포인트(2.88%) 떨어진 1만3,716.72에 마감했다.
CNBC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위험이 매우 높다”며 “앞으로 수일 내 그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2% 선을 깨고 1.96%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시장의 관심은 우크라이나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는 돈바스 지역의 포격을 두고“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구실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독일 뮌헨안보회의 참석 일정도 미루고 긴급히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 직접 나와 “매우 심각하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군대를 감축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되레 수일 내 우크라이나 공격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월가의 대형금융사 A의 리서치 헤드는 이날 “우리의 기본 가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어떻게 내려갈지, 또 유가에 얼마나 압력을 가할지 알기 힘들다”며 “우리의 시나리오로는 만약 군사적 침략이 있다면 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고 이는 상반기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4%에서 1% 미만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은 4%포인트 높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제유가 115달러 시나리오도 있는데 이 경우 미국의 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이 2%포인트 높아진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전년 대비 7%를 기록한 만큼 이 경우 10%에 가까운 인플레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긴축 전망과 관련해 대형사 A의 리서치 헤드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19 이전 예측 경로보다 약 1%포인트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말까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여전히 3%를 넘을 것이며 연준은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점쳤다.
연준의 목표는 근원 PCE 기준으로 평균 2%인데 연말에도 3%를 웃돈다는 것은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그 기반이 매우 광범위하다”며 “반도체 부족과 임금상승, 항만 문제, 구인난, 코로나19와 공급측면의 문제 등이 가격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택가격과 렌트비 상승이 계속해서 물가에 압력을 가하고 있고 이는 연준이 지속적인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예측 수준은 시장과 차이가 있다. 그는 올해 5번, 내년 1분기까지 총 7번의 금리인상을 예측했지만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올해 7번의 금리인상을 예측한다”고 했다.
시장의 관심이 많은 3월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형사 A의 리서치 헤드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이고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미달하고 있지만 나는 연준이 0.5%포인트를 올리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올해 많은 인상이 이어질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2023년에도 0.5%포인트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3월 0.5%포인트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연준이 원하는 것은 꾸준한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추가로 이날도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하더라도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지원을 기대하지 마라는 얘기가 나왔다. 월스트릿저널(WSJ)은 “만약 러시아가 월스트리트를 해치더라도 연준의 도움은 기대하지 말라”며 “인플레이션과 저금리, 1970년대의 교훈이 연준의 손을 묶어 놓고 있다”고 짚었다.
내용은 이렇다. 1990년대 후반부터 투자자들은 시장이 폭락하거나 경기가 급락할 때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채권을 사들이는 데 익숙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석유와 유럽 천연가스에 직격탄이 될 것인 만큼 이미 상당히 뒤쳐진 연준이 다시 돈을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WSJ은 “연준은 더 이상 물가가 스스로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된 상태”라며 “1970년대처럼 임금상승이 기업의 비용증가, 다시 제품가격과 임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채무불이행을 한 1998년 세 차례나 금리를 내리긴 했는데 그때는 금리가 높고 인플레가 2%를 밑돌았지만 지금은 물가는 높고 금리가 낮기 때문에 정반대 상황이라고도 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