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대란에 연말 할인 요인 사라져
미국 최대 샤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물류대란 문제가 가속화되면서 할인 행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공구나 집 리모델링 관련 상품들은 연말 할인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6일 예정된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가전제품, 스포츠 용품 등 대다수 상품들의 올해 할인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줄었다. 특히 공구와 가정용 리모델링 제품들은 할인폭이 거의 없어 블랙프라이데이임을 실감하기 힘든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올해와 지난해 각각 10월 1일부터 11월 6일까지 온라인 상품 가격 비교를 통해 이와 같은 수치를 산출했다”며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 다가 오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품 가격들이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난 문제가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 악재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세계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소매업자들이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격 할인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소매업체 전문 컨설팅 업체 에이라인파트너의 가브리엘 산타니엘로 파트너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부분 업체들이 대규모 샤핑 시즌을 준비할 만한 재고 수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올해 소비자들은 평년과 같은 블랙 프라이데이 샤핑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샤핑 악재가 발생할 것이라는 조짐은 온라인 거래에서 한 발 앞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터넷 샤핑몰에서는 구매자들에게 재고 부족을 알리는 메시지가 20억건 넘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250%, 2019년 10월과 비교하면 무려 325%나 증가한 것이다.
미국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의 브라이언 야브로 애널리스트는 “아마도 최근 몇 년 중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로 인한 물류대란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 바로 지금일 것”이라며 “이런 때는 상점들이 마진을 줄이고 대폭 할인을 하는 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하더라도 그 기간이 평년보다 매우 짧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샤핑업체들 입장에서도 연말 세일을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을 실망시킬 수 없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하되 그 기간을 대폭 줄인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전문업체인 NPD 그룹의 마샬 코헨 수석고문은 “매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한 샤핑 업체들이 올해에만 하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며 “그들은 행사를 하는 대신 그 기간을 지난해처럼 길게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인율이 줄어든 탓에 샤핑 업체들의 블랙 프라이데이 마케팅 전략도 예전보다 소극적인 편이다. 평년과 같았으면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물론이고 월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들도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상거래 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스레드업의 제임스 라인하트 최고책임자는 “역사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때 대형 유통 공룡 기업들은 가장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전략을 사용했다”며 “하지만 지금 그들은 할인율도 줄였고 마케팅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형 샤핑업체들이 연말 할인을 하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특히 올해에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직접 방문한 상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구입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