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예산전쟁 본격화… 부채한도 상향 시급
대안 마련 못하면 10월부터 셧다운 현실화
연방 의회의 ‘예산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의회가 여름 휴회 기간을 끝내고 워싱턴으로 다시 집결한 가운데 그간 미뤄뒀던 중요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상은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방지 및 부채 한도 상향 ▲1조2,000억 달러(신규예산 기준 5,500억 달러)의 인프라 예산 ▲3조5,000억 달러의 사회복지성 예산 등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연방 정부의 2021 회계연도가 9월30일 끝나기 때문에 의회가 이때까지 내년 예산안을 처리 못 하거나 미봉책을 만들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부분적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셧다운이 현실화할 수 있다.
또 연방 부채가 법으로 정해둔 28조7,8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라 이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국이 다음 달 중 사상 초유의 채무불이행, 즉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일단 12월3일까지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하고 부채 한도를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지난 21일 하원에서 처리해 상원으로 넘긴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1조2,000억 달러와 3조5,000억 달러 예산안 처리 문제도 민주당의 현안이다. 도로, 다리, 교통, 광대역, 수도 등 인프라에 특화한 1조2,000억 달러 예산안은 상원에서 여야 초당파 의원들의 합의에 힘입어 지난달 상원을 통과해 하원으로 넘어와 있다.
반면 교육, 복지 등 사회성 예산이 주종인 3조5,000억 달러 예산의 경우 하원이 먼저 처리한 뒤 상원으로 넘겨 예산을 확정하는 절차를 거치려 한다. 하원 예산위는 토요일인 25일 여야 찬반이 확연히 갈리는 가운데 이 예산안을 처리하며 본회의 통과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예산안을 놓고 여야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속출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셧다운 방지 및 부채 한도 상향 문제의 경우 상원이 하원을 통과한 안을 이어받아 민주당 주도로 27일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화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절차를 피하려면 6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원 100석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차지한 상황에서 공화당이 이 안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셧다운 방지안과 부채한도 조정안을 함께 처리하는 데 반대하면서 셧다운 방지안을 별도로 처리한다면 이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채한도 조정안은 인프라 및 사회성 예산과 맞물려 있는 문제라 이들 예산 논의의 추이를 보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예산, 특히 3조5,000억 달러 예산이야말로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증세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다며 극렬히 반대해 왔다.
민주당의 의회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1조2,000억 달러 인프라 예산의 경우 27일을 본회의 표결 시한으로 정해둔 상태다. 상원에서 이미 넘어와 있는 이 예산안을 하원이 통과시키면 의회 처리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 경우 민주당 지도부로선 큰 짐을 하나 덜면서 3조5,000억 달러 예산 처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그러나 이 역시 장담하긴 어렵다. 민주당 내에서 진보적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3조5,000억 달러 예산을 먼저 처리한 뒤 1조2,000억 달러 예산은 그 후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1조2,000억 달러를 먼저 처리해 버리면 공화당이 반대하는 3조5,000억 달러 예산안의 통과를 담보할 수 없고 논의 과정에서 규모도 상당폭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민주당 지도부로선 1조2,000억 달러 예산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려면 당내 반대파 설득이 우선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