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보석줍기] 어머니의 버선

지역뉴스 | | 2021-07-13 14:14:46

보석줍기,쥬위시타워,이세철,어머니,버선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1989년 5월 우리 가족은 애틀란타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하였다. 미국 이민 비자를 받은 후 낯선 타향에서 산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정든 고향을 떠나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차일 피일 미루다 애틀란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의 홀어머님은 우리가 먼저 이민 생활을 시작한 1년간 홀로 한국에 계시다가 그 이듬해에 들어오셔서 가족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 당시 애틀란타는 교민 수가 몇 천명 정도였고, 대부분은 생업에 매여 있어서 평일에는 거의 만날 수 없는 환경이었다. 

한인 천주교회도 일요일 하루만 미국 성당을 빌려서 주일 미사를 드리는 형편이었다. 주일 미사 후 친교 시간이 교인들과 만나서 교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어머님은 한국에서처럼 매일 새벽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 제일 아쉽다고 늘 말씀하시곤 하셨다.

처음 이곳에서 시작한 회사는 2년 후 뉴저지로 이전하게 되어, 미국 식품점을 인수하여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평생 해본 적 없는 장사에다, 언어와 생활 풍습이 다른 남부 미국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어머니는 집 안에 혼자 계시면 답답하다고 일주일에 두어 번 가게로 같이 나와 야채도 다듬고 청소도 거들어 주시며 흑인 종업원들과 손짓 발짓으로 의사 소통도 하시며 오직 주일 미사 시간 기다리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셨다. 

그러던 중 1997년 3월에 뇌졸증으로 쓰러져 반신을 못 쓰고 말도 못하게 되었다. 3년 넘게 한의와 양의 치료를 받으셨지만 결국 2000년 5월에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해방 후, 이북에서 월남하신 어머니는 언젠가 남북 통일이 되면 평남 진남포 우체국 뒷산에 묻고 온 아버님 산소를 찾아 보는 것이 소원이라 했는데 한국도 아닌 이 낯선 미국 땅에서 주님의 부름을 받으신 것이다.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어머니의 장례 미사를 치르고 며칠 뒤에 어머니 방을 정리하던 아내가 어머니의 버선 한 쪽을 들고 급히 나를 불렀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버선 속에는 현금 천이백 불이 차곡차곡 단정히 접혀 들어 있었다. 그간 드린 용돈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그 버선을 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 천이백 불은 애틀란타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 건축 헌금으로 봉헌되었다. 

어머니의 10주기가 될 무렵, 아들 현기의 혼배 미사를 10년 전 할머니의 버선 속 건축헌금으로 벽돌 한 장을 쌓았던 바로 그 성당에서 올리었다. 

올해는 벌써 어머니의 21주기가 된다. 그리운 어머니.

 

 

마음에 

봄을 담겠다고

가슴을 열었더니

어머니 생각이 달려 옵니다.

아쉬움이 많고 

그리움이 너무 많아

봄을 담을 

내 가슴에

비어있는 자리가 없다고

 

 

[보석줍기] 어머니의 버선
[보석줍기] 어머니의 버선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6년 병오년 새해가 힘차게 시작되었습니다. 병오년 새해는 '붉은 말(赤馬)'의 해입니다. 말은 거침없는 활력과 에너지의 상징입니다. 애틀랜타 및 동남부 한인동포 가정에는 화목

FMS 창립 10주년 및 수상 축하파티 열어
FMS 창립 10주년 및 수상 축하파티 열어

세일즈 미 전체 4위 수상30일 기념 축하파티 열어 POS 솔루션의 선두 업체인 FMS(first Merchant Service)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지난 12월 30일 둘루

애틀랜타, 셀프스토리지 신규공급 전국 '탑'
애틀랜타, 셀프스토리지 신규공급 전국 '탑'

2025년 CNN센터 2배 면적 기록뉴욕·LA보다 월등..."인구증가로" 애틀랜타가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셀프스토리지 신규 건설 규모를 기록했다.스토리지

1주일 새 2명 사망...조지아 독감 비상
1주일 새 2명 사망...조지아 독감 비상

애틀랜타 지역 입원 환자 317명10월 이후 주 전역서 16명 사망  조지아 주전역에서 독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5년 51주차(12월

중앙교회 지역 공공기관에 후원금 전달
중앙교회 지역 공공기관에 후원금 전달

챔블리, 도라빌 경찰 등에 후원금 30일, 애틀랜타 중앙교회(담임목사 강병희)는 커뮤니티에서 함께 수고하는 챔블리 경찰서, 챔블리 소방서, 도라빌 경찰서, 도라빌 시청 직원들에게

광견병 코요테, 귀넷서 잇따라 주민 공격
광견병 코요테, 귀넷서 잇따라 주민 공격

뷰포드서 주민·반려견 피해 뷰포드에서 잇따라 주민과 반려견을 공격한 코요테가 광견병 양성 판정을 받았다.귀넷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26일 뷰포드에서 주민 1명과 반려견

플로리다 이충선 씨, 한미장학재단에 5만 달러 기부
플로리다 이충선 씨, 한미장학재단에 5만 달러 기부

방산업체 엔지니어 근무 후 은퇴 플로리다주 팜베이에 거주하는 이충선 씨가 한미장학재단에 5만 달러의 장학기금을 후원했다.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에 따르면, 이번 기탁금 가운데 3만 달

"2026년 시작을 웃음으로!" 신상훈 교수 토크쇼
"2026년 시작을 웃음으로!" 신상훈 교수 토크쇼

한인타운에 찾아오는 '웃음 폭탄'2월 7일(토) 스와니 엔지니어스 2026년 새해, 애틀랜타 한인타운의 분위기를 환하게 밝힐 특별한 웃음이 배달된다.오는 2월 7일(토) 오후 2시

재외동포, 2년 새 7만5천명 줄었다…181개국에 700만 명 거주
재외동포, 2년 새 7만5천명 줄었다…181개국에 700만 명 거주

동포청, '재외동포현황' 발표…동북아·북미 감소, 남아태·유럽 증가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2026년 재외동포청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고등학생들이 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 지도 만들었다
고등학생들이 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 지도 만들었다

반크, 한인 청소년 봉사단 '화랑'의 글로벌 인권 대사 활동 지원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 위치 표시한 구글 지도[반크 제공] 전 세계 150여 곳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평화의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