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입해 운행한 지 1년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능가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나타난 가격 기현상은 차량용 반도체 칩 품귀로 신차 생산이 감소하자 신차 구매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몰린 탓으로, ‘지난해 신차를 샀다면 돈 번 것’이라는 말이 판매업계에서 나올 정도로 중고차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CNN 비즈니스는 중고차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구입한 지 1년된 중고차 가격이 구입한 가격의 평균 95%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운행한 지 1년된 중고차의 가격은 원래 구입 가격의 80~85%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가격 결정 관행이다. 하지만 거의 구입 당시의 가격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중고차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일부 인기 차종이나 트럭 모델 차량의 경우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어서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드닷컴’(Edmunds.com)에 따르면 셰볼레 콜벳 차종의 경우 지난해 여름 판매 가격은 8만1,425달러였던데 반해 올해 6월 중고차 판매 가격은 10만7,237달러로 1년 사이에 2만5,812달러의 가격 상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렘 2500 모델 차량의 지난해 판매 가격은 5만6,768달러인데 올해 6월 중고차 판매 가격은 7,000달러 가까이 오른 6만3,436달러로 껑충 뛰었다. 도요타 4러너의 6월 중고차 판매 가격은 지난해 신차 가격보다 3,800달러가 오른 4만7,205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6월 거래된 지프 랭글러 모델 중고차들도 지난해 판매 가격보다 3,193달러가 올랐으며 혼다 시빅 중고차 역시 1,740달러의 가격 상승이 있었다. 지난해 4만2,609달러에 판매된 기아 텔루라이드의 1년된 중고차는 4만4,042달러에 거래되고 있어 1,433달러가 인상됐다.
이 같은 1년된 중고차 가격의 급상승 현상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의 여파라고 매체는 전했다. 지난해 4월 글로벌 자동차제조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을 폐쇄하면서 신차 생산량이 감소해 재고가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늘어난 신차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중고차 구매로 전환되면서 중고차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신차 수요가 거의 없다 보니 신차 판매 가격이 저점까지 떨어진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신차 가격에 대한 중고차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특히 픽업 트럭 모델의 중고차 가격의 역전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데는 코로나19로 야외 및 캠핑 활동이 인기를 끈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중고차 가격 역전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반도체 칩을 확보해 정상 가동하더라도 정해진 자동차 생산량으로 구매 수요를 감당해 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