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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숲 바라기

지역뉴스 | | 2021-06-25 11:11:50

칼럼,김정자,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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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없는 세상을 무르춤하니 멋쩍게 지켜보아야 하는 판타지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 조지아 북부에 자리한 차타후치 내셔날 포레스트를 찾았다. 구비구비 능선과 계곡, 즐비한 호수를 품고 있다. 폭포 또한 선량한 볼거리로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어 폭포만 두루 찾아다녀도 며칠로는 짧은 여정이다.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산 브래스타운 발든 산 정상에 서면 동남부 4개주가 한눈에 보인다. 세상은 어수선하고 허둥지둥 황급하지만 담결한 기류가 흐르는 숲은 태연으로 계절에 취해 세상에 둘도 없을 예쁜 파릇함을 보여주기 위해 몰두하고있다. 하늘도 예년처럼 푸르고 맑다. 인간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울창한 본연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 포근한 숭고와 순수로 가득하다. 걸음을 멈추고 우거진 숲 사이로 드러난 하늘을 올려다본다. 쾌청하다. 손바닥으로 가려질 만큼의 하늘인데도 담숙한 평화가 고여 있다. 생성의 근원을 알길없는 고목나무 용트림이 도시 한모퉁이에 두고온 생의 자락들을 덧없게 만든다. 은둔하던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경사진 산자락이 길을 내어준다. 7월이 들어서고 한더위가 기승이다 싶으면 숲은 짙푸르다 못해 검푸르게 어둑한 색상을 띠게된다. 색상의 무게감이 부담스러워 초여름에 새로 나온 푸르게 반짝이는 신록의 신선한 아픔다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 숲바라기를 서둘게되었다. 유월의 숲은 한낮인데도 해질녘 고요로 가득하다. 사방 둘러보아도 천지간 숲이다.

태고의 비경을 간직한 숲은 청청한 푸르른 빛을 띠고 공기는 달다. 겹겹의 산줄기가 두르고 또 두르고 있어 그 심중을 알길이 없지만 나름의 분침과 초침으로 훨훨 세월을 건너오느라 어쩔 수 없이 맞닿은 적요가 머물고 있다. 먼저 지나간 방문객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걷노라면 후미진 산길과 유연하게 흐르는 물이 한 곳에서 만나기도 한다. 부산스런 마음을 내려놓기에 마침 좋은 곳이다. 계곡은 물바람을 일으키고 산자락은 그늘을 만들고 침식된 계곡 구비구비에 개울이 흘러내리고 있다. 거칠게 달려오는 물길 따라 눈길이 간다. 산을 휘감다 물길이 막혀 돌이킬 수 없으면 수직으로 곤두박질을 한다. 거센 물줄기가 억겁의 시간 동안 단단한 바위를 매끈하게 다듬은 운치가 그지없이 곱다. 물길이 바쁜 걸음을 한 숨 돌리는 풍경 사이로 오랜 세월 감추인 무릉계곡이 따로 없다 싶을 만큼 흐르는 시간도 멈춘 듯 숲은 그지없이 평화롭다. 흐르고 흐른 물줄기가 웅덩이로 고이면서 하늘을 머금고 아득한 폭포자락이 드리운 기암괴석엔 시간을 거스른 세월 이끼가 골짜기 틈새에 두텁게 내려앉아 있다. 

세상 속에선 녹슨 상처들이 날선 경계를 만들지만, 시간도 멈추어버릴 것 같은 숲에는 자연이 어우러져서 풍경이 되고 자연에 기댄 한아한 풍경으로 하여 질곡의 세월을 견뎌낸 웬만한 상채기에도 새살이 돋을 것 같다.

숲 바라기를 유도해내듯 숲의 푸름이 가히 자극적이다. 오감 또한 최고조에 달한 듯 숲이 뿜어내는 온갖 내음이며, 숲이 만들어내는 소리에도, 숲이 빚어내는 색깔스러움에도, 이 모든 것을 펼쳐낸 숲의 표정에서 감성 능력 또한 높이 끌어올려진 터이라서 숲이 그려낸 수채화 속에 잠겨 있노라면 어느덧 자연의 일부가 되버린듯 착각이 인다. 쓸모없는 편견을 마음껏 허물게되고, 누적된 긴장감까지 해소된다. 우거진 숲이 그윽해서인지 앙금처럼 엉긴 불편한 일들이 운무처럼 떠오른다. 그냥 비우면 될 것을, 돌아보아도 기억의 그림자일 뿐인데 고이 간직하려 힘들어 했나 싶다. 오롯이 삶과 숲이 마주하는 시간이다.

내 마음 하나 붙들지 못하면서 무에그리 불편한 사람들만 눈에 들어왔던지. 손바닥만한 욕심이 뿌리에 뿌리를 내려 흙덩이까지 움켜쥐고 있을 때도 많았구나 싶다. 나무 등걸도 가지도 나뭇잎도 만져보노라면 부드러움도 거칠음도 손끝에 와닿는 감각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숲은 한없이 방출하듯 펼쳐내고 싶어 어쩔줄 몰라하는 모양새라서 숲이 풍겨내는 숲 내음은 심사를 더 없이 진솔하게 만든다. 사시사철 변화 무상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새소리, 흐르는 물소리, 지천으로 피워내는 꽃이며 나뭇잎까지 숲이 뿜어내는 색감 변화를 넋놓고 바라보게 된다. 골짜기에 비끼는 색상만해도 연록인듯 올리브빛 녹색인듯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숲에서 만나지는 색감은 세상에 풀어놓은 온갖 색상이 조화롭고 오묘하게 전시된 전시장 같다. 숲의 위용은 자아 성취감과 심미안적 욕구충족에까지 관여하며 인류 건강에도 최적화의 영향을 끼친다. 지구 건강의 상징적 척도의 잣대로 인체 건강에 까지 지표를 제공해주는 파숫꾼으로 길잡이로 인류 치유를 위해 품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하루들은 숨가쁘지만 맑고 선명한 초록이 즐비한 숲바라기에 몰두해 보자고 메아리를 띄워보내고 싶어진다. 좀처럼 숲을 떠나기가 아쉬운 6월 끝자락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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