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K모(58)씨는 최근 이직을 결심했다. 지난 1년 넘게 재택근무를 해온 K씨는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감원된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의 몫을 담당했던 K씨다. K씨는 “번 아웃(burn-out)된 상태이다 보니 많이 지쳤고 은퇴 시기도 다가와서 이제 일의 양을 줄이고 조금 덜 버는 대신 내 시간을 갖고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며 “다행히 동종 업계 파트타임 자리가 나서 다음달 직장을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마케터인 한인 P모(33)씨는 지난달 직장을 옮겼다.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업체로 이직을 하기 위해서다. 같은 직종인 데다 급여와 대우도 훨씬 더 좋은 조건이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녀야 한다는 개념 보다는 옮겨 다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P씨는 “새 직장으로 이직을 통해 나의 존재를 알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다”며 “그래야 나를 인정하는 회사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이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다 나은 대우와 환경을 위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한인을 비롯한 미국 내 직장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로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지는 등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미국 직장 문화가 바뀐 것이 주요 요인이다.
14일 LA타임스는 연방 노동통계국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4월 미국 내 전체 직장인 중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직장인의 수는 395만2,000명으로 2.7%의 이직률을 나타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달 1.6%에 비해 88%나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소매판매나 물류, 외식업 부문이 이직률이 가장 높지만 소위 ‘오피스 잡’(office job)으로 분류되는 사무 전문직의 이직률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높은 이직률은 직장인들이 그만큼 재취업의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4월 미국 내 새 일자리는 930만개로 이것 역시 사상 최고치다. 더 나은 조건으로 직장을 옮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근거다.
이직률이 높은 데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 ‘재택근무’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 넘게 재택근무를 해온 직장인들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변화 욕구 역시 커졌다는 것이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이루고 싶어하는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욕구가 직장인들 사이에 강하게 자리잡으면서 재택근무가 주었던 유연한 근무 환경에 적응했던 직장인들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근무 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가지며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이직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이직 현상은 타 세대들의 연쇄 이직으로 이어져 올 여름 시즌 직장인들의 이직이 대거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구인난으로 사람을 새로 뽑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인력까지 유출될 경우 기업 운영에 타격이 크다 보니 기존 직원들에게 급여 인상이나 처우 개선을 제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일자리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기존 직장 문화는 이 같은 변화를 수용하기에 역부족이어서 급여 인상이나 처우 개선만으로 이직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