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최초의 아시아계 전투대대장이자 평생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한 한국계 전쟁 영웅인 고 김영옥 대령에게 연방의회 금메달을 수여하자는 법안이 연방하원에서 발의됐다. 연방의회 금메달은 의회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상이다.
미셸 박 스틸, 영 김, 앤디 김, 매릴린 스트릭랜드 등 4명의 한인 연방하원의원들은 지난 27일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한국계 미국인인 고인이 평생의 삶을 통해 보여준 영웅적인 행동과 리더십, 인도주의의 실천을 기리기 위해 의회 금메달을 수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 김영옥 대령은 독립운동가 김순권 선생의 아들로 LA에서 태어나 미군에 입대한 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아시아계 최초 전투대대장을 맡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고, 예편 후 전쟁고아를 돌보며 인도주의를 실천한 전쟁 영웅이다.
미셸 박 스틸 의원은 “김 대령은 평생 생명을 구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데 헌신했다”며 고인이 의회 금메달이라는 최고 영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령과 같은 한국 이름을 가진 영 김 의원은 “김 대령은 2차 대전부터 한국전쟁까지 나라를 위해 복무했고, 국가와 아시아계 사회에 대한 그의 봉사는 전역 이후에도 계속됐다”며 평생에 걸친 고인의 헌신과 업적을 기렸다.
앤디 김 의원은 “김 대령은 체계적인 인종차별의 장벽을 극복하고 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싸웠다”며 아시아·태평양계 공동체가 폭력과 차별에 직면한 이때 김 대령에게 의회 금메달을 수여할 것을 촉구했다. 매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은 “아시안 증오범죄가 급증하는 시기에 본보기가 되는 업적을 남긴 김 대령을 비롯해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의 많은 공헌을 인식하고 이를 증진해야 한다”며 법안 제출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한인 정치력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전국 단체 미주한인위원회(CKA)을 중심으로 고 김영옥 대령의 업적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미국 최고의 훈장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이 추서되도록 하는 활동도 한인사회에서 펼쳐져 왔다.
고 김영옥 대령은 2차대전 참전 후 예편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재입대해 제7보병사단 31보병연대 참모를 거쳐 미군 역사상 유색인종 가운데 처음으로 전투대대장을 맡았다. 그는 군 지휘관으로서 뛰어난 전술 전략을 보여줬으며 자신보다 주변을 돌보는 헌신적인 리더십으로 인종차별의 벽을 뛰어넘었다.
그는 또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 500여 명을 돌보며 인도주의를 몸소 실천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특별·은성·동성 무공훈장을 받았고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무공훈장, 한국 태극무공훈장도 수훈했다.
그는 1972년 전역 이후 한미박물관과 한인건강정보센터, 한미연합회 등 LA 한인사회의 대표적 비영리 봉사단체들을 만드는 데 앞장섰고, 가정폭력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한인 입양아 등을 돌보는 데 여생을 바쳤다. 2005년 12월 LA에서 별세한 그는 하와이 호놀룰루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