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 경비병으로 근무한 90대 노인이 미국에서 독일로 추방됐다.
2차대전 후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지만 침몰한 배에서 발견된 근무 카드로 인해 부역 사실이 드러나 결국 75년 넘게 지나 95세의 고령에 추방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20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독일 시민권자 프리드리히 카를 베르거가 2차 대전 때 독일 함부르크 인근 노이엔가메 강제수용소 산하 수용소에서 근무했다고 판단해 추방을 명령했다.
당시 이곳에는 유대인 수용자는 물론 러시아, 네덜란드, 폴란드 민간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정적이 수용돼 있었다.
베르거는 1945년 영국과 캐나다 군이 이 수용소로 진격할 당시 수용자들을 본 수용소로 강제 이동시킬 때 경비를 담당했다. 당시 2주간에 걸친 이동으로 70명이 사망했다.
또 수용자들은 2대의 배에 나뉘어 발트해의 뤼베크 항구에 정박해 있었는데, 영국 전투기의 오인 공격으로 인해 전쟁 마지막 주에 수백 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참사도 발생했다.
몇 년 뒤 침몰한 배에서 서류를 건져냈고, 법무부의 역사 담당자들은 이를 통해 베르거가 수용소에서 복무한 기록을 찾아냈다.
베르거가 전시 복무를 포함해 독일에서 고용된 것에 근거해 독일로부터 연금을 받는 사실도 추방 결정의 근거가 됐다. 그는 독일 해군에서 근무하다 2차 대전 마지막 몇 달간 이 수용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거는 당시 자신이 수용소에서 근무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잠시 머물렀을 뿐이며 무기도 소지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베르거는 2차 대전 후 아내, 딸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뒤 1959년 미국으로 넘어와 정착했다.
미국은 나치의 박해 때 부역한 이들의 입국을 금지했지만, 이 법은 1957년 만료됐다. 베르거는 미국 이민을 신청할 때 독일 해군에서 근무한 사실도 밝혔다.
미국은 이후 1978년 '홀츠먼 법' 개정을 통해 나치의 박해에 참여한 이들의 입국이나 미국 거주를 금지했다.
베르거는 지금까지 이 법에 따라 추방된 70번째 인사에 해당하며, 현재 추가로 추방 심사를 받는 이는 없다.
독일은 지난해 증거 불충분으로 베르거에 대한 소를 취하했지만, 추방 후 독일 경찰의 추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