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백인 남성 일색' 탈피…'오바마 회전문 인사' 지적도
트럼프 탄핵 추진과 겹쳐 상원 내각 인준 더딘 점은 바이든 고민거리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내각은 중년 백인 남성으로 가득하다.
국무·국방·재무·법무 등 '빅4'로 불리는 요직은 물론 대부분 장관이 백인 남성이다.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이 유일한 흑인 남성이고 교통장관과 교육장관 등 2명 있던 여성 장관은 의회 난입 사태에 반발해 물러나 버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그려둔 내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다양성을 토대로 '미국다운 내각'을 만들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대로 인종과 성별 등에 대한 고려가 어느 행정부보다도 심도 있게 이뤄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두 상원의 인준을 통과한다고 전제할 경우 첫 흑인 국방장관이 탄생한다. 로이드 오스틴 지명자가 주인공이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첫 여성 재무장관을 예약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 지명자는 첫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장관이 된다. 뎁 할랜드는 첫 원주민계 내무장관이다.
바이든 당선인과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피트 부트지지 교통장관 지명자는 성정체성을 공개한 성소수자 가운데 처음으로 입각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인 남성 일색으로 공고화된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다양한 정체성의 인사들이 대거 진입하는 것이다.
장관급 인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첫 여성 수장이다.
유엔대사와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는 각각 흑인 여성과 대만계 여성인 린다-토머스 그린필드와 캐서린 타이가 낙점됐다.
백악관 고위 참모진도 비슷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이끄는 공보팀 고위직이 전부 여성에게 돌아가고 유색인종 참모도 여럿 합류하는 등 백인 남성 일변도에서 탈피했다.
미국 인구는 2019년 기준으로 백인 60%, 히스패닉 18%, 흑인 13%, 아시아계 6% 등이다. 백인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인데 젊은층에서는 고령층에서보다 비백인 비율이 더 높다.
이러한 미국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행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게 바이든 당선인의 방침이었다. 실제로 인선 현황을 보면 이러한 방침이 상당 부분 적용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상원 인준을 받을 경우 바이든 내각은 트럼프 내각뿐만 아니라 오바마 내각보다도 다양해지는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이던 시절 함께 일했던 관료들이 대거 입성한 것이다.
모두 바이든 당선인과 가깝기는 하지만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존 케리 기후특사,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주요 직책을 '오바마 인사'가 채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경제회복,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불복에 따른 정국혼란 수습 등으로 취임 첫날부터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할 베테랑들이 필요하다는 게 바이든 쪽 논리다.
사흘 뒤면 취임이지만 내각 인준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바이든 당선인의 고민거리다.
국방·국무·재무·국토안보부 등 주요 장관 지명자들에 대한 인준 청문회는 취임식 하루 전인 19일에 열린다. 상원이 부지런히 움직이면 취임식에 맞춰 가까스로 몇 명은 인준을 받을 수 있다.
일단 바이든 당선인은 국방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낙점한 데이비드 노퀴스트 부장관에게 장관 대행을 요청한 상태다. 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이 이뤄질 때까지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서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마자 상원에 탄핵과 내각 인준 등의 현안을 병행해달라고 간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칫하면 상원이 탄핵심판에 매몰돼 자신의 내각 인준과 코로나19 부양안 처리 등에 소홀할 가능성을 우려한 탓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