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의 한인 연방검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5일 조지아주 대표 일간지 애틀랜타 저널 인스티튜트(AJC)에 따르면 박병진(미국명 B.J. 박) 조지아 북부지역 연방검사장이 지난 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 검사장은 성명에서 검사장 재직이 가장 큰 영광이었다면서 “공정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동료 시민들에게 정의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9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박 검사장은 일리노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검사와 소송 담당 변호사로 활약했다. 2011년부터 세 차례 조지아의 주하원의원에 당선돼 세 번의 임기를 마쳤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7년 10월부터 연방검사장을 맡았다.
한인이 미국에서 연방검사장을 맡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박 검사장은 그동안 ‘공화당의 떠오르는 별’, ‘조지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촉망 받는 인물이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권력 교체기에 검사들이 일찍 사직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며 당초 박 검사장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과 함께 물러날 예정이었다고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의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 날 박 검사장이 사임했다는 데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조지아주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래펜스퍼거 국무장관에게 선거 결과 뒤집기를 요구해 위법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 녹취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 조사를 언급하면서 “그곳에는 ‘네버 트럼퍼(Never-Trumper)’ 연방검사가 있다”고 말한 부분이 있다. 네버 트럼퍼는 ‘트럼프 절대 반대자를 뜻하는 말이다. AJC는 해당 검사가 박 검사장을 언급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풀턴 카운티를 포함해 조지아주의 부정선거를 반복적으로 주장했는데, 이 카운티는 북부 연방검찰청의 관할 범위에 있다는 것이 AJC의 설명이다. 박 검사장의 사임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한 온라인 매체 ’토킹 포인츠 메모‘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사직의 원인이 됐다는 박 검사장의 메모를 확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