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서 민주 1곳 승리, 나머지 1곳도 유력…상원 장악 눈앞
결선투표 피말리는 대혼전…워녹 현역 꺾고 역전승, 조지아 첫 흑인 상원의원 탄생
민주 2곳 승리 확정시 상원 다수당 탈환 '트리플 크라운'…바이든 국정운영 탄력 전망
조지아, 대선 이어 바뀐 표심지형 입증…20년만의 민주 상원의원 워녹 "미국선 모든게 가능"
양쪽 지지층 총결집에 높은 투표율 기록…'대선 뒤집기' 압력 행사했던 트럼프엔 타격
미국 상원의 다수 정당을 결정할 5일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 결과, 2개 선거구 중 한 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현역의원을 꺾고 역전승했다.
나머지 1곳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역전극을 펼치며 98% 개표 기준으로 앞서고 있어 민주당의 전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대선 승리에 더해 하원, 상원까지 장악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 이달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새 행정부 국정운영의 동력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게 될 전망이다.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 미언론은 민주당 라파엘 워녹(51) 후보의 승리를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는 개표율 90% 때만해도 켈리 뢰플러(공화) 상원의원에 2.2%포인트 차로 뒤졌으나 표차를 줄여가며 역전에 성공했다. CNN에 따르면 6일 오전 3시 현재 개표율 98%에 워녹 후보가 50.6%의 득표율로 뢰플러 의원(49.4%)을 앞섰다.
결선투표가 진행되는 다른 선거구에서도 민주당 존 오소프(33) 후보가 개표 98% 기준으로 50.2%의 득표율을 기록, 현역인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49.8%)을 역전한 상태라고 CNN이 보도했다.
다만 표차가 너무 근소한 상태여서 미언론은 아직 이 지역구에 대해선 결과를 확정하지는 않고 있다.
두 지역에서 모두 엎치락뒤치락 양상이 이어지며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피 말리는 개표 전이 전개됐다.
개표 상황과 관련, WP은 "민주당의 상원 장악 가능성이 커졌다"고 촌평했다.
언론은 워녹 후보가 조지아주에서 배출되는 첫 흑인 상원의원이라면서 그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오소프 후보의 경우 당선 확정 시 1973년 29세의 나이로 상원에 입성한 바이든 당선인 이래 최연소 민주당 상원의원 기록을 세우게 된다고 WP가 보도했다.
두 선거구 모두 현역 공화당 의원에게 정치신인인 민주당 후보가 도전장을 던진 구도였다.
오소프 후보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82세인 나의 어머니는 다른 이의 목화를 수확했지만, 그의 막내아들은 상원의원이 됐다"라면서 "미국이기에 가능했던 일로 희망과 고된 노력, 이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 증명했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워녹 후보는 조지아주에서 20년 만에 처음 나온 민주당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조지아주는 선거 때마다 공화당에 표를 몰아준 보수의 텃밭으로 인식돼왔으나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결선투표에서도 표심의 지형변화를 보여줬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1992년 클린턴의 승리 이후 28년 만에 조지아주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AP통신은 워녹의 승리에 대해 "'딥 사우스'(Deep South·미국 남부의 주(州) 중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곳을 가리키는 표현)의 심장부에서 대졸 유권자 및 다양한 인종 유권자들의 규모가 불어나면서 그 파워가 확대된 데 따른 조지아주 정치 지형의 두드러진 변화를 보여준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워녹 후보는 침례교 목사로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주니어가 사역했던 애틀랜타 교회를 15년간 이끌어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에게 패배한 뢰플러 의원은 이날 자정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승복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뢰플러 의원은 이날 열리는 당선인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지난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동참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워녹 후보의 승리로 민주당은 '상원장악'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현재 상원의 의석 분포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48석과 50석으로, 2석이 달린 조지아주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다수당이 바뀌는 상황이다.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면 양당의 의석이 50대 50으로 동률이 되는데,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직,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만큼 민주당이 가까스로 여대야소를 연출하며 상원을 장악하게 된다.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면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함께 치른 연방의회 선거에서 하원을 차지한 데 이어 상원까지 탈환하는 셈이 된다.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되면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내각 인선 및 각종 정책 추진 등 임기 초반 국정운영이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는 바이든 집권 후 의회 권력 지형을 좌우하는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직접 출격,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는 등 대선 2라운드 격으로 관심을 모았다.
공화당 후보 50%에 가까운 득표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시못할 영향력을 보이긴 했지만, 민주당이 2석 모두 건질 경우 결과적으로 퇴임을 앞두고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사기를 계속 주장, 주 국무장관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며 압력 전화를 거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AP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가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통렬한 타격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높은 관심과 맞물려 양측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투표율도 높았다.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투표자가 총 4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엄청난 투표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