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아카데미상 4관왕을 휩쓸며 한국 영화 열풍을 일으킨 ‘기생충’에 이어 또 다른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상의 영광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영화·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지난 23일 영화 ‘미나리’의 주연을 맡은 할리웃의 한국계 유명 배우 스티븐 연이 내년 아카데미상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으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제목으로 이 영화의 주요 배우들이 아카데미상 물망에 오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미나리’의 제작사 A24가 남자 주연배우 스티븐 연 뿐 아니라 여자 주연배우 한혜리, 그리고 조연인 윤여정, 앨런 김, 윌 패튼 등에 대해서도 아카데미상 후보 선정을 위한 홍보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인 2세인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올 2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과 함께 관객상을 받았다.
제이컵(스티븐 연)은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다 비옥한 땅에서 새 출발을 하겠다며 아칸소의 시골 벌판에 트레일러 집을 마련하고 땅을 일궈 한국 채소들을 기른다. 남편을 뜻을 따라 아칸소에 오긴 했지만, 모니카(한예리)는 아이들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다.
영화에는 실제 아칸소에서 태어난 정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이 많이 담겼다고 한다. 이 영화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지난 23일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정 감독은 “윌라 캐더가 네브래스카 농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쓴 ‘마이 안토니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윌라처럼 1980년대의 기억에 진실하게 다가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순자가 씨앗을 가져와 심은 미나리도, 가족이 겪게 되는 재난도 모두 정 감독의 가족에게 실제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삶을 그대로 옮긴 영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실존 인물에 영감을 받았지만, 배우들은 역할을 가지고 놀았다고 할 정도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공동 혹은 각자의 작업으로 새롭게 완성했다”고 말했다.
가족을 이끌고 아칸소로 이주하는 제이컵은 정 감독의 아버지이자 정 감독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다. 정 감독처럼 이민자인 스티븐 연에게 제이컵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스티븐 연이 프로듀서로까지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스티븐 연은 “캐나다를 거쳐 미시간으로 이주해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살았던 경험이 영화에 비슷하게 녹아들었다”며 “이민자의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데, 감독이 그려낸 세대 간 문화적 차이나 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여러 생각에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 “감독이 진실하고 정직하게 캐릭터를 만들면서도 배우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넣어 구체적으로 실현해 내도록 여지를 줬다”며 “감독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