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이긴 전통식당으로 자부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에는 속수무책이네요”
남가주 첫 순두부 전문식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원조 순두부집 ‘베버리 순두부’(대표 모니카 이)가 오는 20일 마지막 영업을 기해 문을 닫는다. 전원식당 등에 이어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또 하나의 한인타운 내 유서 깊은 요식업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창업 이후 34년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순두부는 물론이고 반찬 재료 선정부터 조리까지 직접 확인하고 챙겼던 모니카 이(68) 대표가 코로나19 사태 속에 렌트 등 여러가지 여건이 식당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들어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34년이란 세월을 함께 해온 레드우드 원목 탁자와 의자들만큼 강건하게 원조 순두부의 자리를 지켜왔던 이 대표는 식당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LA 한인타운 올림픽과 뉴햄프셔에 위치한 베버리 순두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 3월 중순 문을 닫았다가 5월1일 테이크아웃으로 영업 재개를 했다. 모니카 이 대표는 “그 당시만해도 상황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좀 기다리면 실내 영업이 허용된다니 버티자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상황이 급변해 야외영업만 허용되면서 식당 운영 여건이 힘들어졌다”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86년 베버리 블러버드와 세인트 앤드류스에 ‘베버리 순두부’를 처음으로 열었다. 당시 메뉴는 4가지 종류의 순두부였다. 원래 순두부는 저렴한 점심식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요리이지만 그녀는 쇠고기 또는 돼지 고기와 해산물, 김치, 버섯, 알, 섞어 등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뚝배기에 담아 뜨끈하게 먹는 건강식으로 변모시켰다.
원조 순두부의 명성을 쌓으며 직접 순두부까지 만들어 맛을 낸 베버리 순두부의 인기는 소공동, 북창동 순두부 등으로 이어졌고 한식당만의 독특한 메뉴로 자리 매김했다.
이 대표는 “다른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지만 정말 소규모 식당은 힘들다. 코로나 방역 규정에 따라 비용을 들여 영업 재개를 준비했는데 문을 열기 무섭게 닫아야 했다. 또 패티오 영업 허용으로 바뀌며 불확실한 상태가 되었다. 패티오 다음은 무얼까 걱정이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테이블 수가 줄어들 경우 매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40석 규모의 작은 식당이지만 베버리 순두부의 맛만 고집하는 단골손님들이 많고 외국 손님이 80~90%를 차지했다. 작고한 LA 타임스의 유명 푸드 칼럼니스트 조너선 골드가 발간한 LA 최고 101개 식당에 베버리 순두부는 수 차례 선정됐다.
또 2019년에는 LA 타임스의 ‘세월을 이긴 10개 전통식당’ 명단에 한인식당으로는 유일하게 뽑혔고, CNN을 통해 전 세계 식당을 소개했던 유명 요리연구가 고 앤소니 부르댕이 2015년 베버리 순두부에 찾아와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전통식당이었다.
이 대표는 “서른 넷에 시작한 순두부 식당이다. 인생을 순두부와 바꾼 셈인데 그 동안 좋은 일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75세까지, 아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래 식당을 운영할 생각이었는데 문을 닫는다는 결정을 내리니 마음이 참 그렇다. 손님들에게, 또 직원들에게 미안함이 앞서고 스스로도 아쉬움이 크다”고 서운함을 표했다.
지금은 두 딸의 권유로 문을 닫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열정이 없어지기 전에 다시 손님들을 만나고 싶다는 이 대표는 “오는 20일 일요일까지 파이팅해서 더 맛있는 순두부로 아쉬움을 달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