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로 사흘째를 맞은 공화당 전당대회는 스포트라이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는 원맨쇼이지만 ‘숨은 관전 포인트’가 하나 있다. ‘포스트 트럼프’를 노리며 대망론을 품은 공화당 내 잠룡들이 보수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면서 존재감을 각인, 차기를 향해 한걸음 도약하는 무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번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에 나선 이들 가운데 대표적 차기주자군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등이다.
여기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날 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역사 성지인 맥헨리 요새에서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며 가세했다. 이곳은 미국 국가 작사의 모티브를 제공한 장소이다.
첫날인 24일 피날레를 장식했던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연방상원의원인 팀 스캇 의원도 ‘아메리칸 드림’ 성공담을 풀어내며 더 큰 꿈의 일단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내에서 차기주자로 거론되는 탐 코튼(아칸소) 상원의원도 전당대회 기간 연설자로 나선다.
월스트릿저널(WSJ)은 ‘니키 헤일리와 팀 스캇,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2024년을 향한 오디션을 시작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주에 열리고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당의 2024년 대통령 후보 지명을 노리는 ‘라이징 스타’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잠재적 후계자로서 자신들을 드러내 보이고 미국 국민에게 인상을 남길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펜스의 밤’인 이날 진행된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은 혼돈으로 점철된 트럼프 시대에 ‘자기정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안정적 이미지로 조용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보완재 역할을 해온 충성파 펜스 부통령이 차기 잠룡으로서 면모를 내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전당대회가 헤일리 전 대사, 폼페이오 장관, 코튼 상원의원, 그리고 트럼프 지지층에서 인기가 많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 이르기까지 펜스 부통령의 잠재적 라이벌들의 연설을 통해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로 가는 창을 열었다고 풀이했다.
펜스 부통령의 정치적 미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연동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펜스 부통령도 본격적인 대통령직 도전으로 보상받을지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의 미래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통신은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해왔다.
첫날 연설자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서도 이민자 가정의 딸로서 성장한 개인사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치적도 내세워가며 차기주자로서 인상적인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헤일리 전 대사가 이번 찬조연설을 계기로 2024년 대선 도전에 대한 추측에 기름을 부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폼페이오 장관도 공직자의 정치활동 금지 관련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기존 관행을 깨고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을 방문 중 사전 녹화 영상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전날 찬조연설에 나섰다. 폼페이오가 이같은 무리수를 강행한 것도 결국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