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개 이상 대학 피소… “온라인 강의, 현장 강의와 가치 달라”
전문가 “집단소송 인정되면 보상금 수조원에 달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막힌 미국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환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대학 학부생들이 50곳이 넘는 대학에 대해 등록금과 기숙사비 일부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전했다.
소송이 제기된 대학 중에는 캘리포니아대, 컬럼비아대, 코넬대 등 소위 '명문대'도 상당수 포함된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와 현장 강의가 주는 경험의 가치가 서로 다르다고 주로 주장한다.
미국 대학들은 연간 최고 7만 달러(약 8천500만원)에 달하는 '고액 등록금'을 정당화하기 위해 교수 및 동기생과 형성할 수 있는 인간관계, 각종 시설 이용료 등 '캠퍼스 경험'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로는 이를 누릴 수 없으니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입장이다.
모교인 펜실베이니아주 드렉셀대학교에 소송을 건 그레인저 리켄베이커(21)는 블룸버그에 "도서관, 체육관, 컴퓨터실, 자습실, 식당 등 학교 캠퍼스가 제공해야 할 모든 시설의 이용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대학교육사업자연합회(NACUBO) 부회장인 짐 훈드리저는 학생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대형 대학의 경우 많게는 2천만 달러(약 245억원)를 환불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일부 학교는 미사용 기숙사 비용을 환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측 변호인들은 학생 개인 단위가 아니라 수십만 명에 달하는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리하는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집단소송이 성립되면 총 보상금 규모가 수십억 달러(수조원)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다만 대학 측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원격 강의를 지원하고 교수들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미국교육위원회(ACE)의 법률 자문위원인 피터 맥도너는 "대학 교직원들이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며 "지금은 재난 상황이다. 학교 측은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지속으로 대학들이 가을 학기에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면 등록금 및 기숙사비 환불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로 재정 상황이 안 좋은 일부 대학은 폐교될 위험에 놓였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