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우한을 다녀온 55세 남성 A씨는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 21일 콧물·몸살 증상으로 경기 평택의 한 의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없어 의사는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발열·근육통 등으로 25일 이 의원을 다시 찾았고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증상이 악화돼 이튿날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은 그는 유증상자로 분류돼 격리됐고 27일 네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판정을 받았다.
#회사원 L(29)씨는 기침이 시작된 지 2주가 됐지만 감기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고열·근육수축 등 오한 증세까지 생겨 의원을 찾았더니 급성 기관지염이라고 했다.
#K(52)씨는 오한·기침에 이어 고열과 누런 가래 증상이 1주일 이상 이어져 병원을 찾았다가 폐렴 진단을 받았다.
근육·인후통 등 증상 비슷하지만
신종 코로나, 열 나도 37.5도 수준
38도 이상 고열 흔한 독감 밑돌아
백신·치료제 없어 대증치료 불가피
마스크·자주 손씻기로 예방 공통점
폐렴 악화 줄이는 백신 접종해볼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초기 증세가 감기·기관지염·독감(인플루엔자)·폐렴 등과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객담(가래)이 별로 없는 마른기침, 목아픔(인후통), 호흡곤란을 주요 특징으로 열거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폐렴으로 악화하기 전까지는 열이 나도 37.5도 정도로 38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는 독감보다 낮은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일부 환자가 근육통·피로감을 호소한다지만 독감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독감도 영유아, 노인, 만성 심폐질환자, 면역기능 저하자 같은 고위험군에 폐렴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백신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다.
◇코로나바이러스 3종 메르스·사스·‘신종 감염증’ 유발
사람에게 전파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존 6종에서 7종으로 늘어났다. 4종은 감기를, 3종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킨다.
아직 예방백신·치료제가 없어 기침·인후통·폐렴 등 주요 증상에 따라 대증치료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환자가 기침·재채기를 할 때 입 밖으로 바이러스가 뒤섞여 있는 미세 침방울(비말)이 눈·코·입 점막으로 튀거나 오염된 버스·지하철 손잡이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감염 예방을 위해 보건용 마스크(KF80·KF90 등)를 쓰고 손을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또는 알코올이 70% 정도 포함된 손 세정제로 자주 씻는 게 좋다.
독감·감기도 사람 간 접촉 등으로 전염되므로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 기침·분비물을 통해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신속한 치료와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 등에 힘써야 한다.
감기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리노바이러스 등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세균의 침입에 취약해져 발생한다. 코·목·기도·후두 부위에 잘 발생하며 흔히 콧물·재채기·기침·발열·목아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개 1~2주 안에 자연적으로 낫지만 중이염·기관지염·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독감은 예방백신을 맞고 발병이 의심되면 신속하게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5일간 약을 먹거나 주사제를 1회 맞으면 치료 또는 증상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폐렴은 초기에는 기침·가래·발열 등 감기·독감과 증상이 비슷하다. 두통·근육통과 함께 갑자기 높은 열이 발생하고 호흡곤란·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패혈증·호흡부전·폐농양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며 암·심장질환·뇌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4위 질환이다. 인구 10만명당 37.8명이 폐렴으로 사망했다.
◇만성 폐·심장·콩팥·간질환자, 당뇨병 환자 등 고위험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폐렴으로 진행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폐렴구균백신을 맞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만성 폐·심장·콩팥·간질환와 당뇨병 환자, 면역억제제 투여자 등 면역저하자의 경우 독감을 앓은 후 세균성 폐렴 증세가 심해져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으므로 폐렴 관련 예방접종을 받은 경험이 없다면 폐렴구균백신을 맞는 게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한편 급성 기관지염은 초기에는 미열·인후통·콧물·재채기 같은 감기 증상이 있다가 3~4일이 지나면서 기침이 심해진다. 감기보다 정도가 심하거나 증상이 오래가면 의심해볼 수 있다. 대개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지만 증세가 심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급성 감염성 후두염은 면역력이 약하고 어린이집·학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영유아·어린이는 물론 30대 여성 등도 잘 걸린다. 바이러스·세균 감염이 원인인데 심해지면 숨쉬기 힘들어지고 발열·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특히 영유아는 기도가 성인보다 좁아 컹컹 울리는 기침,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조재구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의 경우 밤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대처가 늦으면 호흡을 하지 못해 질식사할 수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역력이 약한 만 1세 이하 영아 등 10세 미만 어린이는 특히 세(細)기관지염에 걸리기 쉽다. 기관지 중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침투해 발생한다. 2~3일간 발열·기침·콧물·가래·목아픔 증상을 보이다 분비물이 늘어 세기관지를 막으면 산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쉰다. 연간 진료인원이 137만명에 이르는데 5세 미만 영유아가 45%를 차지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자들이 감염돼 노인요양원 등에서 집단 발병하기도 한다. 저산소증·호흡곤란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독감과 달리 아직 백신이나 잘 듣는 항바이러스제가 없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