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흘림증의 원인과 치료는
안구건조증 탓이면 인공눈물·온찜질·눈썹 세수
눈물길 막혔을 땐 항생제… 호전 안되면 수술
딱히 슬픈 일이 없는 데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보통 차고 건조한 환경에다 자극까지 더해지면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히 눈물이 많아져 생긴다. 하지만 별다른 자극이 없는 데도 눈물이 많이 흐르거나 실내에서도 눈물이 나는 눈물흘림증(유루증)은 눈꺼풀이나 눈물이 나가는 통로의 이상으로 생겼을 수 있다.
눈물흘림증이 생기면 안경에 김이 낀 것처럼 시야가 흐려지고 눈 주변 피부가 짓물러 고통이 크다. 특히 여성의 경우 화장이 계속 지워진다.
김창염 감안과병원 성형안과센터 교수는 “눈물흘림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다가 눈물주머니에 염증이 생기거나(누낭염), 눈꺼풀ㆍ안구 주변으로 빨갛게 염증이 퍼지는 봉와직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눈물흘림증의 가장 큰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안구건조증 때문이다. 눈이 건조하면 외부 자극에 약해져 찬 바람이 불거나 추운 곳에 있으면 반사적으로 눈물이 흐른다. 신현진 건국대병원 안과 교수는 “중·장년층 환자가 많은 이유도 나이가 들면서 눈물샘이 위축되고 각종 호르몬이 줄어 눈물이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원인은 눈물 배출 장애 때문이다. 눈물흘림증 원인의 20~40%에 해당된다. 눈물소관, 눈물주머니, 코눈물관과 같은 눈물길이 막힐 때 눈물흘림증이 잘 생긴다. 눈물샘에서 분비된 눈물은 눈꺼풀을 깜빡이는 힘에 의해 안쪽 눈구석에 있는 눈물점으로 이동해 배출된다. 하지만 신체 노화와 함께 눈꺼풀이 늘어나고 탄력이 줄어 펌프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눈물은 보통 코눈물관을 따라 코로 나오는데, 나이가 들면 관이 좁아지고 눈물이 얼굴로 흘러내리게 된다.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안구건조증 때문에 눈물이 많이 흐른다면 인공눈물 등을 활용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온찜질ㆍ눈썹 세수 등도 도움이 된다. 속눈썹이 찌르는 등 눈꺼풀 위치 문제로 눈물흘림증이 생겼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
눈물길이 막혔을 때도 마찬가지다. 심하게 좁아지지 않았다면 항생제ㆍ소염제 등으로 치료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해야 한다. 별다른 외부 자극 없이 1년 이상 눈물흘림증이 계속되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눈물길 폐쇄 여부를 확인하려면 눈물길 검사(관류검사)를 한다. 식염수가 코를 통해 목으로 내려오면 눈물길이 완전히 막힌 게 아니다. 눈물길이 좁아졌다면 국소 마취로 실리콘관을 넣어 넓힌다(코눈물관 내 실리콘관 삽입술).
눈물길이 꽉 막혔다면 눈물길을 새로 만드는 ‘눈물주머니 코안연결술(누낭비강문합술)’을 시행해야 한다. 기존의 막힌 눈물길 대신 눈물주머니와 코 사이 뼈에 작은 구멍을 내 새 길을 만들어주는 수술로, 성공률이 90~95%나 된다. 최근 눈물길 안을 직접 볼 수 있는 누도내시경으로 좁아진 눈물길을 넓혀 치료하기도 한다.
눈물흘림증을 예방하려면 가장 큰 원인인 안구건조증에 걸리지 않도록 몸과 주변 환경 모두 적정 수준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경민 서울시보라매병원 안과 교수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눈이 충혈되거나 뻑뻑해지면 인공눈물을 넣으면 된다”며 “하지만 하루 네 번 이상 인공눈물을 넣어야 할 정도로 눈이 건조하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실내 난방을 할 때는 가습기로 습도를 40~60%로 유지한다. 시력이 나쁘면 눈을 건조하게 만드는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 착용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눈을 자극하는 염색약, 헤어스프레이, 헤어드라이어 사용도 되도록 자제하면 좋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TV를 오랫동안 볼 때는 중간중간 눈을 감거나 깜빡이고, 먼 곳을 바라보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잠들기 전에 눈을 감은 채 따뜻한 물수건을 눈 위에 5분 정도 올려놓으면 눈 주위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 이 밖에 틈날 때마다 눈을 적당히 자극을 주면서 마사지하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