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약청·의료계 소셜미디어 열풍 경고
“구충제를 암 치료에 사용하다니… 절대 믿으면 안 됩니다”
암 환자들 사이에서 항암치료 효과가 있다는 낭설이 퍼지면서 지난 수 개월 간 주목을 받아온 구충제 알벤다졸이 기생충 감염 치료 외의 목적으로 사용시 위험하다는 보건 당국과 의료 전문기관의 강력 경고가 나왔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는 21일 구충제인 알벤다졸을 기생충 감염 치료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충제 열풍은 미국의 말기 폐암 환자 조 티펜스가 애완견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먹고 암 완치 효과를 봤다는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 암, 비염, 당뇨, 아토피 등 치료에 알벤다졸을 복용했다는 체험 사례가 급속히 확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 당국과 의학계가 나서서 이같은 이야기가 전혀 과학적·의학적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의학계와 식약처에서는 알벤다졸이나 페벤다졸이 기생충 감염 등 구충을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하도록 허가된 약으로, 항암 효과와 안전성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식약처와 의료계는 암 같은 중증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치료 중인 환자의 경우 구충제를 잘못 사용하다가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기존에 받고 있던 치료의 효과를 심각하게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간 복용하더라도 구역, 구토, 간 수치 상승 같은 간 기능 이상, 발열, 두통, 어지러움, 복통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는 독성 간염, 급성 신장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허가된 목적과 사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관련 이야기가 퍼지면서 병원들에 이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는 게 한인 의료계의 전언이다.
서울메디칼 그룹 차민영 회장은 “구충제에 포함된 의약 성분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은 보편적 근거가 아직 없는데 이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의학계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항암효과에 대한 실효성을 논의하기가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백상현 내과 전문의는 “구충제와 항암효과에 대한 환자들의 문의와 함께 처방전에 대한 부탁이 종종 있었다”며 “아직 학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아무런 연구 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