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접경 지역
‘라이벌 오인’가능성
멕시코 북부에서 미국인 가족이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마약 조직의 무차별 총격을 받아 어린이 6명을 포함 최소 9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마약 카르텔이 라이벌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어서 무고한 주민들이 무차별 공격을 당하는 멕시코 지역의 현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은 4일 저녁 미국 국경과 접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와 소노라주 사이의 도로에서 발생했다.
미국 국적과 멕시코 국적을 모두 가진 이들은 3대의 SUV에 나눠타고 치와와주의 라모라 지역으로 이동을 하다가 매복해 있던 범죄 조직에 변을 당했다.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5일 회견을 통해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의 총격에 최소 3명의 여성과 6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고 한 명의 어린이는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총격범들이 대형 SUV를 라이벌 조직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 가족은 몰몬의 한 분파가 모여 사는 라모라 지역에 거주해왔으며 피해자 중에는 6개월 된 쌍둥이와 8세·10세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고 친지들이 전했다. 이들 사망자 외에 어린이 7명이 부상을 입고 애리조나주 투산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CNN 방송은 피해자들의 친지 등을 인용, 피해자들이 차에 탄 채 운전하는 중에 공격을 받았으며 엄마들이 총격을 멈추라고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멕시코에 있는 한 피해자 가족은 “여자와 어린이들이 학살당했고 산 채로 불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족들이 종종 치와와 지역의 마약 밀매상들과 충돌을 빚었으며 피해자들의 한 가족은 범인들이 목표로 삼은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이는 범인들이 피해자들을 경쟁 마약 조직원으로 오인한 듯하다는 멕시코 치안장관 발언과는 다른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차량의 골조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불에 탔으며 군데군데 총탄 자국이 선명해 사건 당시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피해자의 또 다른 가족은 이들이 안전을 위해 함께 운전하고 있었으며, 애리조나주나 치와와에 있는 가족을 만나거나 미국 노스다코타주로 이사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3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가던 희생자들은 1대가 도중에 펑크가 나면서 이 차를 버려둔 채 다시 라모라로 돌아왔다가 다른 차를 타고 다시 여정에 나선 뒤 변을 당했다고 이 가족은 전했다.
희생자들은 라모라에서 목장을 운영해왔으며 이들의 유해는 모두 이들 목장에 안치된 상태다.
멕시코는 마약 카르텔의 활개로 그렇지 않아도 치안이 불안정하지만 지난달 멕시코 군경이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을 체포했다가 격렬한 총격 저항에 풀어주고 후퇴하는 사건까지 벌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 방송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3만3,000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에는 이 기록마저 경신될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경찰관 13명이 피살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