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제 시행 하루 앞
연방법원‘효력정지’판결
미국에 오려는 이민 희망자들이 건강보험 가입 및 의료비 지불 여력을 증명해야만 이민 비자(영주권)를 발급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합법 이민 규제 정책(본보 10월7일자 보도)이 시행 하루전 전격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이 정책을 3일부터 시행키로 예고한 가운데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연방 법원은 시행 하루 전날인 2일 이 규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예비명령을 내렸다.
7개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지난달 31일 포틀랜드 연방 법원에 해당 규정 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마이클 사이먼 판사는 이날 판결을 통해 일단 이 규정이 발효되는 것을 금지시켰다.
소송을 제기한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이 규정이 실제 시행될 경우 합법이민자 전체의 3분의 2가 영향을 받게 돼 미국에 이민 오고자 하는 수천만 명의 미국 입국을 막고 결과적으로 합법적인 가족이민을 제한하게 돼 가족 분리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 이민비자 신청시 건강보험에 가입하거나 의료비용을 지불할 능력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비자 발급을 금지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었다.
이에 따라 3일부터 단기 여행비자 신청자 및 망명자 등을 제외한 배우자 비자 및 가족초청 비자 신청자들의 경우 비자발급을 위해서는 소속된 일터에서 건강보험을 제공받거나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했다.
단, 오바마케어나 저소득층 의료 지원프로그램인 메디케어 등의 혜택을 받는 이민자들은 이번 규정에 따른 비자 발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방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110만 명이 새롭게 미 이민비자를 취득하는 가운데 이 규정이 적용될 경우 이민 비자는 연간 50만 명 미만으로 하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새 규정이 적용될 경우 동반가족 비자로 미국 이민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대폭 감소시키거나 아예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일 법원 심리에 출석한 원고 측인 사법행동센터 관계자는 “새 규정은 가족을 서로 떼어놓을 것”이라며 “법원이 새 규정의 효력을 즉각 금지할 필요성을 인지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 태생의 69%, 이민자 57%가 각각 개별 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또 미국 출생의 36%, 이민자의 30%는 공공 의료보험에 가입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민자의 비율은 2013년 32%에서 건강보험개혁법 시행 이후 2017년 20%로 떨어졌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