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 16년 만에 재개 결정
가톨릭계 반대... 일부 개신교 찬성
트럼프 행정부의 사형 집행 재개 결정이 종교계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연방법무부의 발표로 다시금 촉발된 사형제도 찬반 논란은 사법정의 구현이냐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냐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교계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어 이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사형 제도를 둘러싼 교계의 입장과 실상 등을 살펴본다.
미국 사형제 변천사 및 실상
연방법무부는 올해 12월9일부터 6주간 연방사형수 5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결정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14개 주에서 사형을 집행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23명이 처형됐다. 하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은 2003년 사형 집행 후 16년만이다.
미국에서는 앞서 1972년 사형 집행이 동결된 후 4년 만에 재개된 바 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4년 사형과 독극물 주사제 관련 문제 검토를 법무부에 지시하면서 사실상 사형 집행이 동결돼 왔던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연방사형수는 62명이고 이중 1명이 여성이다.
처벌보다 생명 아끼는 마음으로
사형 집행 재개 발표 직후 보수적 성향이 강한 가톨릭의 반대가 가장 거세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역사적으로도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처형한 끔찍한 아픔이 많았고 범죄 피해자 가족 위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의 역사와도 깊이 연관돼 있어 그만큼 결함이 많은 제도라며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1976년 이후 전체 사형수의 43%, 현재 사형수의 55%가 유색 인종 또는 저소득층이다.
사법정의 회복과 사형제도 반대에 힘써온 대표 단체인 ‘가톨릭 모빌라이징 네트웍’은 “사형은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존엄성을 가리는 것이자 복음적이지도 않다”며 “생명 존중을 명분삼아 낙태를 반대한다고 스스로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가 사형 집행을 재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개신교는 사형제도 지지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는 일부 복음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사형제도 찬성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 4만5,000여개 교회를 대표하는 협의체인 ‘전국 복음주의 협회’는 양심에 입각한 기독교인의 윤리적 사고에 따라 사형제도에 대한 남다른 믿음을 갖고 있다며 2015년부터 꾸준히 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초교파로 구성된 종교 시민 그룹인 ‘텍사스 임팩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해 개신교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지는 형국이다.
<이정은 기자>
연방정부가 사형 집행 재개를 결정하면서 교계가 사형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