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화요칼럼〉 영혼의 쓰레기

지역뉴스 | | 2019-05-28 20:20:27

화요칼럼,김세환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화요칼럼> 영혼의 쓰레기
<화요칼럼> 영혼의 쓰레기

김세환

<아틀란타 한인교회 담임목사>

  화장실 하수도가 막혀서 꼬챙이로 뚫어야 하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처음 배수관을 매설할 때 조금 큰 것으로 묻었으면 좋았을텐데 건물을 짓는 업자의 생각이 조금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석 달에 한 번씩 배수관을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드라이버로 배수구의 나사들을 풀고, 꼬챙이를 하수구 안에 깊이 밀어 넣어 여러 번 빙빙 돌립니다.  그리고 천천히 꼬챙이를 빼내면 그 동안 수챗구멍 안에 쌓여 있던 케케묵은 엄청난 양의 머리카락 더미가 묵직하게 딸려 나옵니다.  마치, 거대한 참치를 낚는 기분입니다.  물론, 그 오물 덩어리 속에는 무심코 흘려 보낸 온갖 더러운 것들이 다 섞여 있습니다.  움푹 파인 꼬챙이의 홈에 단단하게 엉켜 붙은 오물들은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어쩔 수 없이 맨 손으로 일일이 하나씩 떼어 내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한번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똑같은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토악질이 날 만큼 비위가 상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저에게 붙여진 '아버지'라는 이름이 이 모든 일을 군말 없이 천직처럼 수행하게 만듭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는 참 비위가 약한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는 밥을 먹을 때, 아버지가 파리를 손으로 잡거나, 급하게 도망가는 바퀴벌레를 맨손으로 때려 잡으시면 그 순간으로 식사 끝이었습니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오거나 채소에서 벌레가 나오면 먹었던 음식을 다 게워내서 나만 밥을 못 먹는 것이 아니라, 강철 비위를 가진 형님도 밥을 먹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닭고기나 소고기는 특유의 동물 냄새 때문에 먹는 것이 불편했고, 이상하게 생긴 것은 전혀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모질이'가 아버지가 되고 나니까 언짢거나 거슬리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습니다.  주는 대로 다 먹고, 더러운 것을 치우는 일도 아주 쉬워졌습니다.  꼬챙이에 감겨 있는 오물덩어리들을 꼼꼼히 하나씩 떼어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옆에서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그 모습 지켜보던 아들 놈이 한마디 합니다.  “아흐, 더러워!”  어쩌면 그리도 못난 지애비를 그대로 빼어 닮았는지!  제가 한마디 합니다.  “뭐가 더러워.  전부 다 네 몸에서 나온 것인데!”  그러자 아들이 진저리를 치며 방으로 도망칩니다.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나 몸짓은 예전에 저의 아버지가 다 하셨던 것들입니다.  “뭐가 더러워, 다 너 한테서 나온 것들인데!”  아버지가 하셨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그립고 소중합니다.  꼬챙이에 붙은 오물들을 손으로 일일이 떼어내면서 아버지의 말씀을 곱씹어 봅니다.  그것들이 모두 내 안에서 나온 것들이랍니다.  더러운 가래, 때, 머리카락, 손, 발톱 그리고 귀찮아서 함께 하수 구멍으로 흘려 보낸 잘잘한 쓰레기들이 하나도 여과되지 않고 고스란히 제 눈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내게서 나온 것들이 결국에는 하수구 배수관을 막아버렸구나!”  갑자기 내 인생을 막아버리고 망가뜨리는 것도 내 안에서 나온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 미움, 시기, 질투, 거짓말, 음란한 마음, 허영심, 이기심...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내 안의 쓰레기들이 내 인생을 가로막고, 내 영혼의 숨통을 옥죄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수관을 막은 오물들은 더러워 하면서도 내 영혼에 쌓인 쓰레기들에 대해서는 너무도 지나치게 관대하지는 않았는지 깊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애틀랜타의 여름이 그 어느 지역의 것보다 유독 푸르고 싱그러운 것은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쓰레기들이 유독 적기 때문일 것입니다.  건강한 대 자연 속에서 마음의 앙금과 쓰레기들을 비우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바디프랜드, ‘얼리 블프’, 듀오 패키지 세일
바디프랜드, ‘얼리 블프’, 듀오 패키지 세일

상위 3개 프리미엄 모델 대상최대 8000불 할인, 추가 혜택 글로벌 헬스케어·안마의자 브랜드 바디프랜드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얼리 블랙프라이데이(Early Black Fri

샘박 의원 6선 고지... 홍수정 의원 석패
샘박 의원 6선 고지... 홍수정 의원 석패

샘박 의원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27표 차 석패, 홍 재검표 가능성 샘박 조지아 주하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107지역구에서 70.94%인 1만4786표를 득표해 상대 공화당 후보를 압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미쉘 강 조지아 99지역 하원의원 당선자〉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미쉘 강 조지아 99지역 하원의원 당선자〉

2년 전 패했던 공화 현역에 큰 차 승리"포괄적, 공평한 정책 담아 입법활동"  3일 치러진 조지아 중간선거에서 제99지역 주하원의원에 출마한 미쉘 강 후보가 현역인 맷 리브스 후

노예 조상 후손서 최초 흑인 여성 주지사까지
노예 조상 후손서 최초 흑인 여성 주지사까지

키샤 랜스 바텀스 주지사 당선자“모든 주민의 주지사” 통합 강조"최저임금인상∙메디케이드 확대"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가 된 키샤 랜스 바텀스 당선자에 대해 전국적인 관

조지아에도 민주당 ‘돌풍’…공화당 ‘대참패’
조지아에도 민주당 ‘돌풍’…공화당 ‘대참패’

▪2026 중간선거 조지아 선거 결과바텀스, 24년 만에 민주에 승리 선물오소프, 여유있게 연방상원의원 재선민주당, 22년 만에 주하원 권력 장악 주정부 선출직 민주당 후보 '싹쓸

“쇠고기값 2년 새 17% 급등… 닭고기 찾는 미국인들”
“쇠고기값 2년 새 17% 급등… 닭고기 찾는 미국인들”

스테이크 파운드당 13달러대체 육류 제품 수요 증가소 사육은 수십 년래 최저연말 장바구니 물가 비상 쇠고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오르면서 미국인들이 닭고기 등 대체 육류 소

“세금보고 전 계정 보안 강화하세요”
“세금보고 전 계정 보안 강화하세요”

IRS, 신분도용 방지용6자리 IP핀 발급 권고11월 중순 전 신청해야 연방 국세청(IRS)이 내년 세금보고 시즌을 앞두고 납세자들에게 온라인 계정 보안 강화와 신분도용 방지번호(

약물 투여 강제낙태 한인 명문대생 파문
약물 투여 강제낙태 한인 명문대생 파문

컬럼비아대학원 서모씨육사 재학시 범행 충격유산한 여성 민사 소송유죄 인정… 선고 지연 코넬대와 시카고대 등 명문대에서 한인 학생들이 연루된 성폭행 의혹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

대한항공 미국행 탑승 에볼라 서약서 의무화
대한항공 미국행 탑승 에볼라 서약서 의무화

대한항공이 4일부터 미국행 항공편을 이용하는 모든 승객에게 에볼라 관련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한다.대한항공은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행정명령에 따라 4일 오후 1시59분 출발

한국차, 10월에도 역대 최고 판매
한국차, 10월에도 역대 최고 판매

미국 시장서 16만대 팔려하이브리드·SUV모델 인기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 10월 미국 시장에서 판매 증가세를 이어갔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10월 총 판매량이 7만3,452대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