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미만 6명 중 1명꼴
우울증·불안증·ADHD
최소 한가지 정신질환
왕따·부모 이혼 스트레스
약물 게임중독에 빠져
폭력성향 띠거나 우울증
“저 정도쯤이야…”금물
‘죽고싶어’표명 강제입원
퇴원후 후속 치료 중요
아동·청소년의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LA 한인타운내 조만철 스트레스 치료센터의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아동·청소년, 중년, 노인 등 한인 자살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학병원 중심으로
시스템이 잡혀 있는데 반해, 한인 사회는
치료 시스템이 전무하다. 자살 고위험군을 위한 강제 입원제도도 있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 정신과 질환 치료는 금방 불을 끈다고 해서 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에 대한 깊은 공감과 세심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자살 문제는
이달 초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소아과학(JAMA Pediatrics)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아동 5~18세 사이 자살 시도 및 생각으로 지난 2015년 응급실을 찾은 아동·청소년은 110만 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8년 전 2007년 58만 명보다 2배나 증가했다.
캐나다 맥길대학 몬트리올 아동병원의 소아 응급의학과 브렛 버스타인 박사 연구팀이 미국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타를 종합해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응급실을 찾은 아동·청소년 환자 절반이 13세 이상이었으며, 나머지는 13세 미만으로 그 중 43%가 5~10 세 사이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월 같은 저널에 실린 미시간대학 연구팀이 5만명이 넘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내 우울증·불안증·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최소 한 가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청소년은 6명 중 약 1명꼴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약 770 만 명이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 적어도 한 가지 정신 장애를 갖고 있으며, 이중 절반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남가주 디디허시 자살예방센터가 CDC자료에 근거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인이 타인종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조 전문의는 “정신과 전문의로 40년 이상 임상경험을 갖고 있지만, 현 시점은 정신과 질환 치료에 있어서 중심이 되는 시스템이 없고, 최악인 상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자살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의 자살이 증가한 이유는
조 전문의는 “현대 상황은 100년전과 비교해 볼 때 너무 달라져 있다. 먼저 자녀의 우울증에서 부모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가 너무나 바쁘다. 신체적 정서적 접촉을 자주 해서 감정적인 접촉을 해야 하는데, 부모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졌다. 또 자녀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부모에게 우울증이 있거나 약물중독, 혹은 술이나 게임 중독, 화를 참지 못하는 패닉 등 그것을 자녀가 흉내내고 따라한다. 부모가 이혼문제로 좌절하면서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에 의한 트라우마, 혹은 학교에서의 왕따나 은따 경험, 심각한 총격사건을 겪었던 경험 등 현재 생활에서 우울증으로 이어질 스트레스가 너무나 많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관심부족은 자라는 어린이에게는 악영향을 남겨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청소년의 우울증이 성인과 다른 점은
남학생은 폭력적으로 우울증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거부 당한다거나 왕따, 혹은 좌절, 우울하고 공포심을 느끼는 감정으로 인해 폭력적이 되기 쉽고, 게임에 빠지거나 갱단에 들어가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조 전문의는 “단순히 폭력적이라는 것보다는 좋지 않은 행동으로 인정을 받거나 존재감을 폭력으로 나타내거나, 게임에 중독되거나, 또래를 따라하기도 한다. 게임에 빠지면 도파민이 나와 기분이 좋지만 그러다 중단하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 우울증에는 주의산만 진단을 받지 않은,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주의산만증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뇌 신경 장애 및 다른 정신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은 빨리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심한 적응 장애로 패닉 증세, 섭식장애, 충동장애, 폭력, 우울증, 마약 중독 등 더 심각한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등 정신장애의 치료가 힘든 이유는
조 전문의는 “우울증, 조울증, ADH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장애에 대해 잘 모른다. 또 부모가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저 정도면 정상 아닌가’ 한다. 적절한 전문가가 부족한 점도 지적된다”고 분석했다.
건강보험이 없거나, 보험이 있어도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의료 비용 청구가 쉽지 않은 점도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나 아동·청소년의 상담 경험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 시기 거부를 당한 경험은 우울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조 전문의는 “전문 테라피스트가 의무감을 갖고 깊이 배려하며 상담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치료다. ‘죽고 싶다’는 표현을 했거나 혹은 자살 시도를 하면 72시간 강제 입원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살을 마음먹은 환자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살시도는 페이퍼 클립으로 팔을 긋는 등의 약간의 폭력성을 나타내거나 혹은 ‘죽고 싶다’고 글을 쓴다는 것이 발견돼도 72시간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다. 심각하지 않으면 72시간 후 퇴원이 가능하지만, 의사의 진단아래 15일 연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 전문의는 “사실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후속 조치(follow-up)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목소리를 내고, 강제입원제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외래 진료를 10회는 받아야 한다는 법을 제안하거나, 보험회사에서 치료비를 부담할 수 있게 보안된 법 등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녀의 정신건강 상태, 주의깊게 살펴보세요
▲신체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는지 ▲음식을 제대로 먹는지 ▲운동을 제대로 하는지 ▲가족간의 관계는 ▲친구와 잘 사귀는지 ▲잘 노는지 ▲자녀가 말하는 것(생각이나 감정) ▲공부를 잘 하는지(학교 생활) ▲수면 패턴 ▲취미 생활 ▲스트레스 대처는 어떻게 하는지 등 집에서나 학교에서 신체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잘 지내는지를 살펴본다.
<정이온 객원기자>
우울증으로 인한 아동·청소년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자녀의 정신 건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