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트럭·열차 올라타기도
"어린이 2,300여명도 포함"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26일 미국 정부의 강경 대처 방침에도 국경을 향한 고단한 여정을 재개했다.
밀레니오 TV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캐러밴은 이날 새벽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에서 긴 '인간 띠'를 이루며 북쪽으로 101㎞ 떨어진 아리아가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정오가 되기도 전에 100㎞를 움직였다.
상당수 이민자가 먼 이동 거리를 고려해 지나가는 트럭 등 차량에 무료로 올라타거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일부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화물 기차에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올라 이동 속도를 더 낼 작정이라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많은 이들이 감기와 탈진, 발 부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기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이질 않는다. 자원봉사에 나선 의사와 간호사들은 체온을 재고 물집, 탈수 등에 대한 응급 처치를 한 뒤 약을 배포했다.
캐러밴은 북진하면서 규모가 점차 줄고 있다. 유엔이 지난 22일 국제이주기구(IOM) 보고서를 토대로 7,200여 명으로 추산했지만, 현재는 4,000여 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캐러밴에 깨끗한 물, 적절한 위생 등 필수적인 보건 서비스와 보호가 필요한 2천300명의 어린이가 포함된 것으로 추산했다.
캐러밴의 북상이 계속되자 미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러밴의 망명 신청권을 거부하고 이들을 상대로 국경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또 캐러밴에 맞서 최소 8백여명에 이르는 현역 군인을 남부 멕시코 국경지대에 배치하기로 했다.
A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들의 월경과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캐러밴 행렬 중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