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숙소 임대료 부당지원
보증금 4억 월세 80만원 대납
한국외교부 산하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이하 동포재단)이 미국 영주권자인 한우성(사진) 이사장의 아파트 임대료를 재단 예산으로 부당하게 지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합뉴스가 17일 보도했다.
전례가 없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한 이사장의 요구와 지시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740만 재외동포를 위해 사용돼야 할 국가기관의 예산이 이사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부임한 한 이사장은 재단이 위치한 서초구 외교센터 인근의 아파트를 10개월째 무상으로 이용하고 있다. 재단이 임대료를 내는 이 아파트는 34평 규모로 보증금 4억에 월세 80만 원이다. 보증금을 5,000만원으로 낮추면 월세를 최소 300만원을 내야 하는 부동산이다.
문제는 동포재단의 경우 임원에 대한 관사 제공의 규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별도로 책정된 예산도 없고 결국 다른 사업비로 이사장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예산 전용’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 이사장은 취임 후 숙소 지원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다른 기관의 사례 등을 들어서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측은 전례가 없던 일이지만 외교부에 문의하고 허가를 받아서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세원 외교부 재외동포과장은 “한 이사장이 미국 영주권자로 서울에 연고가 없다고 하는데다 재단이 제주도 이전을 두 달 정도 앞두고 있던 때여서 ‘임시숙소’ 개념으로 제공을 승인했다”고 해명했다.
당초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재단의 이전이 7개월 늦춰지면서 사용 기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재미동포 출신으로 재단 사업이사를 지내고 지난해 10월 퇴직한 K씨에게는 3년 임기 동안 일체의 숙소 지원이 없었다는 점에서 원칙에 맞지 않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K씨는 “서울에 연고가 없었지만 관사 지원은 규정에 없는 것이어서 급여로 월세를 냈다”며 “부산 거주자가 재단 임원이 되면 서울에 연고지가 없으므로 숙소 지원을 해줄 것인가. 연고가 없어서 지원해 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같은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강영필 기획이사도 숙소를 지원받지 못했다. 제주도 출신인 강 이사는 지난 6월 1일 임원으로 발령받고 서울로 올라와서 7월 중순 제주 본부로 다시 내려가기 전까지 개인 비용으로 서울에 머물렀다.
한 이사장은 동포재단이 7월16일 제주도로 이전한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를 계속 이용하고 있다. 그는 “재단에 임직원 숙소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국유재산법시행령 4조, 공무원 주거용 재산관리 기준 2조,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청사시설기준표에 따라 숙소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그가 언급한 시행령 등의 어디에도 동포재단 임원에게 숙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