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꽁치·오징어 등
마켓에 한국산 사라져
한국 근해 어획량 급감
가격 경쟁력 뒤지는 탓
한인가정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대표 생선 중 한국산을 찾아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국 근해 어종 변화와 어획량 감소에 따라 주산지 지형도가 바뀌어 가면서, 손익을 맞춰야 하는 관련 업계의 현실이 더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한인들이 선호하는 대표 생선들인 고등어, 꽁치. 한인 마켓 생선부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생선들 중 한국산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어는 대서양 너머 유럽 노르웨이에서, 꽁치는 태평양 너머 아시아 대만에서 각각 들어오고 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 자료에 따르면 고등어을 비롯한 노르웨이산 수산물의 미국 수출 증가율이 42%로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해 한인 마켓 진열대를 점령한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위력이 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갈치의 경우, 일부 마켓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한인 마켓에서 세네갈산 갈치가 팔리고 있으며, 오징어는 아르헨티나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조기는 중국산이 한인 마켓 진열대를 점령한 지 오래다.
한인마켓에서 팔리는 생선이 처음부터 한국산이 보기 힘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전에는 한국과 일본 등에서 잡힌 생선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원산지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한인들 식탁에 오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원산지가 ‘글로벌화’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한국산 생선의 어획량 감소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어종인 꽁치와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 이른바 ‘서민 생선’의 어획량이 20년 전에 비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꽁치의 경우, 지난 1996년 어획량이 9천687톤에 달했으나 2017년은 890톤으로 무려 91%가 줄었다. 고등어는 같은 기간 41만5,000톤에서 13만3,217톤으로 68%, 오징어는 25만2,618톤에서 12만1,757톤으로 52%, 갈치는 7만4,461톤에서 3만2,604톤으로 56%로 각각 감소했다.
한 한인 수산물업체 관계자는 “한국 어장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체 산지를 찾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산물 수입 경로와 방식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어 한국산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한인들 식탁에는 전 세계에서 잡힌 생선들이 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엔 가격 경쟁력이라는 명분이 숨어 있다.
한 한인 마켓 관계자는 “한인 마켓의 수산물 원산지가 다양해진 것은 가격”이라며 “고등어, 꽁치, 오징어 등 한인들이 선호하는 생선들에서 한국산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바로 가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국산을 고집하는 수산물도 있다. 바로 광어다. 횟감으로 주로 판매되는 광어는 항공으로 직송하다보니 소위 원가가 높은 생선에 속한다. 판매 가격 역시 비싸 파운드당 19달러 안팎이지만 찾는 수요가 있다보니 대부분의 한인 마켓에서 한국산 광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산 전복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서 생산 급증에 따른 가격 폭락 상황에서 LA에 수입된 전복 가격은 개당 8달러 대. 캘리포니아산 전복의 5달러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뿐만 아니라 크기도 더 작다. 이렇다 보니 한국산 전복의 판매량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이 해당 마켓 관계자의 말이다.
한인 주부 황모씨는 “원산지를 확인하기 전까지 한국산 생선의 종류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예전에 한국에서 먹었던 그 생선맛을 느껴보고 싶지만 현실에선 어려워졌다”며 아쉬워했다. <남상욱 기자>